전체 글320 무돌 1길(싸리길) 무돌 1길(싸리길) ‘무돌길’을 걷는다. 한적하고 소박한 그 길의 이름은 무등산을 우러르며 산자락을 한 바퀴 휘돌아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등산이 한때 무돌뫼라 불렸던 적도 있으니 제법 그럴듯한 이름이다. 무돌길은 화려한 자연경관이나 규모 있는 문화유산이 주는 경탄과 벅차오르는 가슴 대신 소박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길이다. 등산이 힘겨운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과 편한 차림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름의 맛을 갖춘 길이기도 하다. 거기에 찬찬한 살핌과 느긋한 걸음, 우연한 만남들을 소중하게 하려는 마음자세라면 걷는 즐거움과 잔잔한 정겨움을 여운으로 남겨주는 그런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걷는 것이 여행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았다. 아마 ‘제주 올레길’이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걷는 .. 2023. 5. 7.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환상의 승탑기행 1. 답사를 시작하면서 쌍봉사 철감선사탑, 태안사 적인선사조륜청정탑, 연곡사 동․북부도 등 섬진강의 물줄기들이 어우러진 곳에 남겨져 있는 하대신라 때의 팔각원당형 승탑들은 섬세하고 화려한 새김솜씨와 빼어난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9산선문(九山禪門)이 형성되던 시기이기도 하겠지만 전라도 땅에는 유난히 수준 높은 승탑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 가지산문(迦智山門), 동리산문(桐裏山門), 실상산문(實相山門)의 개창이 이루어졌고 사자산문(獅子山門)의 중요한 근거지 또한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사자산 쌍봉사에 자리 잡은 철감선사탑(澈鑒禪師塔)은 승탑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화강암을 그토록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듬어 놓은 탁월한 솜씨는 물론이고, 깊은 불심과 풍.. 2023. 5. 7. 사림기행 조선중기 사림파(士林派)의 등장 조선은 성리학을 체제 이데올로기로 삼아 성립한 왕조이다. 신유학, 또는 주자학이라 불리기도 하는 성리학은 남송 때 사람인 주희(朱熹, 1130-1200)에 의해 이론체계가 확립된 학문으로 ‘인간의 본성 속에 하늘의 이치가 들어 있다’는 성즉리설(性卽理說)을 명제로 하고 있다. 성리학은 우주 만물이 본연지성인 이와 기질지성인 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이기론(理氣論)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 존재의 내면적 구조와 본질을 살피는 심성론(心性論), 도덕적 실천 원리와 수양 방법에 관한 수양론(修養論), 정치․사회적 질서의 원리와 방법에 관한 경세론(經世論) 등을 갖추고 있는 학문이다. 조선 중기 등장한 사림파(士林派)는 본래 지방에 근거지를 가지고 있는 중소지주 출신의 유학자들로 .. 2023. 5. 7. 승탑의 기원 3. 승탑의 발생 가. 승탑은 주검을 화장하여 그 유골을 거두는 다비라 하는 불교식 장례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불교가 전래되면서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 4세기경인데,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승탑으로 기록이 확실한 염거화상탑은 9세기 중반인 844년(문성왕 6)에 세워졌으니 상당한 기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불교전래 초기부터 상당기간 동안은 다비가 행해졌다는 기록이 없는 걸로 보아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승탑의 조성도 그 기간에는 없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헌상 나타나는 가장 오래된 승탑은 원광법사(圓光法師 : 555-638)의 승탑으로 「삼국유사 권 4」의 내용에 따르면 627년부터 649년 사이에 조성된 .. 2023. 5. 7.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