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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92

고창 임리마을 나무짐대 당산 전라북도 고창군 신림면 무림리 임리 마을 유난히 높다. 아마 우리 나라 짐대들 중 상당히 높은 짐대일 곳이다. 마을 들머리에 있는 할아버지 당산에 7∼9 m 정도 되는 높다란 짐대가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많을 때는 6기까지도 모셔져 있다. 고개를 한참 쳐들어 바라보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나무기둥 위에는 신우대로 만든 대발을 깔고 나뭇가지를 어설프게 다듬은 오리를 한 마리씩 올려놓았다. 오리는 하늘을 향해 그대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마을과 마을 주변을 빙둘러보아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으니 저렇게 높은 짐대를 세운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법, 마을의 서북쪽으로 보이는 부안면의 촛대봉이 화재를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2023. 5. 17.
사천 가산리 돌벅수 당산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 가산리 626-1번지 가산리 석장승(駕山里 石長丞, 경남민속문화재 제3호) 가산리 돌벅수에는 유학자인 고을현감들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탓인지 이곳의 돌벅수들은 모두 문인석, 동자석과 거의 닮은꼴이며 문인석과 동자석은 높은 벼슬을 한 양반들의 묘를 지키는 시묘석인이다. 가산리는 가화강과 사천만이 만나는 곳으로 조창(漕倉)의 하나인 가산창이 있었던 곳이다. 가산창은 조선시대 경남 서부지역 일곱 개 군현의 공물을 모아 보관하다가 바닷길로 여수를 거쳐 한양으로 보내는 곳이었다. 유학자이고 문인인 군현의 수장들은 공물을 보관․이동하는 동안 무사하기를 빌며 지킴이인 벅수에게 제를 올릴 때마다 머리를 조아려야 했는데, 그 대상이 벙거지를 쓴 무인의 모습이어서야 체면이 서겠는가.. 2023. 5. 17.
순창 금상마을 조탑 당산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금창리 2구 금상마을 금창리 금상마을의 당산은 30여 가구에 불과한 산골마을답지 않게 규모가 크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작은 돌들로 쌓은 3단의 돌탑 위에는 한 쌍의 선돌을 모시고 돌탑 곁에는 짐대를 세웠다. 이런 모양의 돌탑을 전라도에서는 조탑 또는 적석탑이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방사탑, 거오기 등으로 부른다. 언뜻 가야의 마지막 왕의 묘인 구형왕릉을 떠올린다. 보통 선돌은 하나만 탑 위에 세우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금상마을의 것은 한 쌍이 세워져 있어 특이하다. 장군봉 자락에 안긴 금창리 금상마을은 풍수지리상 군왕이 태어날 명당(君王之地)으로 금상(今上)이란 마을 이름도 여기서 연유한다고 한다. 다만 천기를 누설하지 않기 위하여 금이 나온다는 금상(金箱)으로 이름을.. 2023. 5. 17.
부안 대벌마을 돌짐대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궁안리 대벌마을 쌍조석간(雙鳥石竿, 전북 민속문화재 제17호) 대벌마을은 계화간척지의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안겨 있다. 기대고 있는 산은커녕 나직한 구릉조차 없는 평지에 가꾼 마을로 ‘징게맹게 외배미들’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평지마을이다. 거기에 걸맞게 이 마을의 짐대는 더욱 특별하다. 부부인지 모녀인지 관계를 알 수 없는 두 마리의 오리가 돌기둥 위에 모셔져 있다. 보통 짐대 하나에 오리 한 마리만을 올리는 경우가 많고 강원도 등 일부 지방에서는 세 마리를 함께 올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 비스듬히 세워진 돌기둥에는 한 쌍의 돌오리가 모셔져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민족의 세계관을 ‘3수 분화의 세계관’이라고 주장하는 우실하 교수는 ‘우리 민족이.. 2023.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