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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순창 충신리, 남계리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10.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407-11 (남계리)

순창 충신리 석장생(淳昌 忠信里 石長生, 국가민속문화재 제101호)

순창 남계리 석장생(淳昌 南溪里 石長生, 국가민속문화재 제102호)

  순창에는 돌벅수, 남근석 등 성신앙과 관련한 유물이 많다. 풍수지리학자인 최창조 교수는 ‘순창 지역은 산과 물이 태극을 이루고 있어 거기에 들어앉은 마을 대부분이 풍수적으로 보아 명당이다.’ 라고 했다. 그런 까닭으로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현장견학 장소이기도 하다.

  전주로 오가는 들머리인 충신리와 남원 쪽 들머리인 남계리를 지키던 순창의 돌벅수에도 성신앙의 흔적은 남아 있다. 충신리 돌벅수는 순창읍의 북쪽 전주로 가는 충신리 큰길가에 있었다. 본래의 구실은 마을지킴이였으나 지금은 남계리 돌벅수와함께 ‘순창군 향토관’ 뜰로 옮겨져 그 구실을 잃고 말았다. 흔한 경우 중 하나지만 도로가 넓혀지는 과정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벌어진 일인 것이다. 본래 마을지킴이인 이 돌벅수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역할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충신리 돌벅수는 높이 180㎝에 이르는 돌기둥의 한 면을 다듬어 모습을 갖추었다. 머리는 왼쪽으로 약간 갸우뚱 기우렸으며 왕방울눈이긴 하지만 작은 편이다. 코는 끝이 뭉툭하게 닳아 있다. 돌벅수 코를 갈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오래된 믿음에서 기인하였으리라.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혀를 내민 이유는 알 수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궁궐의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지키는 ‘천록’(天鹿)을 들 수 있겠다. 무서운 얼굴을 하고 사악한 것들을 물리치는 벽사의 영험함을 가지고 있는 이 상상의 동물은 혀를 내밀고 눈을 부릅뜨고 물속을 살피는 모습이다. 조금은 미소가 번지는 표정이 생각난다. 궁궐 지붕의 우동마루에 올려져 있는 선인법수를 생각하면 천록의 모습도 벅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비약이 아닐까? 한편 더 똑똑한 도깨비의 장난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순천 미초마을의 아름다운 암벅수가 내민 혀는? 이마에는 불상의 백호와 비슷한 작은 혹이 있고 양 볼에도 연지처럼 혹이 있어 눈이 네 개인 방상시 가면을 생각나게 한다. 또 몸체에도 젖가슴이 아닌가 싶은 혹을 새겨놓았다.

  이 돌벅수가 여성일 가능성이 있는 상징들이지만 순창사람들에게는 남성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남계리 돌벅수가 강하게 남성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충신리의 돌벅수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전에는 매년 음력 정월보름 이전에 당산제를 올린 다음, 이 벅수에게도 제를 지냈다고 하나 언제 없어졌는지 지금은 행해지지 않는다.

   순창을 지키는 또 하나의 돌벅수인 남계리 돌벅수는 남원으로 가는 길가의 논둑에 있었다. 이 돌벅수는 마을 북쪽의 기가 약해 북풍을 막기 위한 마을 숲을 조성하고 숲 주변에 세웠다고 전한다. 지금은 숲이 없어지고 논으로 변했으나 그나마 큰길이 나면서 논도 줄어들었고 벅수는 제자리를 잃고 말았다. 충신리 돌벅수와 마찬가지로 아주 토속적이고 재미있는 형상을 지닌 이 돌벅수는 자연석을 사용하여 앞면만 다듬어 새겨 놓았다. 본래 한 쌍이었다고 하는데, 하나만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살찌고 무거운 모습이며 옆으로 찢어진 가는 눈, 가늘고 손상된 코에 입은 작으면서 장난스럽게 혀를 조금 내민 모습이다. 이마와 양 볼에 둥근 점을 튀어나오게 새겼는데, 주민들은 이 벅수를 남벅수라고 하지만 볼의 혹이 연지 찍은 모습을 연상하게 해 여벅수로도 보여진다. 제주도의 돌하루방처럼 양손을 선각으로 오목새김하였는데 손가락까지 뚜렷하다. 보통 벅수가 얼굴 부분만 표현한 것과는 달리 손가락 등을 새겨서 사실적으로 나타낸 것이 특이하다. 이 벅수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이면서 솜씨보다는 해학적 표현이 뛰어난 민속자료이다. 살펴볼 때 아래부분을 잘 살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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