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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상주 남장사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10.

경상북도 상주시 남장동 산 63-6번지

상주 남장사 석장승(尙州 南長寺 石長丞, 경북 민속문화재 제33호)

힘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이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남장사 돌벅수는 아주 일을 잘하는 머슴 같다. 새김질 자체도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기본적으로 새김돌 자체의 색감이 어두워서 더욱 힘이 넘쳐나게 보이는 것이다. 상주시에서 동쪽으로 4km쯤 떨어진 노음산(露陰山, 725m) 남쪽 자락에 들어서 있는 남장사 들머리의 절집지킴이가 내뿜는 기운에 처음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움찔한다.

이 돌벅수는 혼자다. 장가도 못 간 채로 늙어가고 있는 농촌 총각들의 아픔과 비애를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만은 없는 동병상련의 주체다. 저수지 건설 관계로 옛길이 물에 잠기게 되자 남장리 저수지 뚝 서쪽 길 위로 옮겨 자리를 잡은 벅수는 그전에는 지나는 행인들이 벅수 아래에 작은 돌은 던져 주변이 돌무지를 이루었다. 그러나 옮겨지고 나서는 돌무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규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몸통에 하원당장군이라 오목새김하고 작은 글씨로 임진칠월립(壬辰七月立)이라고 임진년에 세웠다고 새겨져 있다. 임진년이라고만 해놓으니 말이 많다. 남장사 대웅전을 중건하던 때인 1832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신뢰를 얻은 상태이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돌벅수에 얽혀있는 전설을 들어 세워진 때를 고려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키가 186cm 정도인 이 돌벅수는 머리 부분이 몸통보다 상대적으로 큰 화강석에 왕방울 눈을 약간 비스듬하게 새겨 비대칭의 균형을 보여 준다. 역시 대칭이 아닌 커다란 주먹코가 비대칭의 눈과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고 하원당장군이라는 이름답게 힘과 위엄을 보여준다. 함께 새겨진 송곳니, 두 갈래로 나누어진 수염, 꽉 다문 비틀어진 입 등도 그 모양이 가진 특징을 살펴 과감하게 단순화시켜 새겨놓았다.

이 돌벅수는 고려 초에 강감찬 장군이 상주 목사로 있을 때, 비둘기 한 쌍을 구워 먹은 부부에게 화가 미치는 것을 가리키면서 살생을 하지 말라는 불가의 금기를 은연중 담고 있다. 한편 다른 지역의 돌벅수와는 달리 상원주장군이 없이 혼자 절집지킴이구실을 하고 있다. 본래부터 상원주장군 없이 홀로 세워졌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벅수제는 따로 없고 신도들과 마을 사람들이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비손 하기도 해서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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