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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무돌길

무돌 10길(수만리길), 무돌 11길(화순길)

by 햇살과 뜨락 2023. 5. 9.

무돌 10길(수만리길), 무돌 11길(화순길)

 

  수만리길이라 이름 지어진 10길은 둔병재에서 수촌마을로 내려갔다가 수만리 계곡길을 거슬러 올라 큰재주차장까지 가는 길이다. 화순길인 11길은 큰재주차장에서 철쭉 산책길과 포장도로를 번갈아 가며 중지마을에서 마무리한다. 이 길들은 수만리길, 화순길이라 이름 했지만 두 길을 합쳐 ‘철쭉길’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화순읍에서 만연산자락의 큰재를 지나 안양산 휴양림 근처의 897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자락 포장도로를 안양산로라 부른다. 이 안양산로를 따라 대규모의 철쭉 동산과 공원, 자연산책로 등을 가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좋지만 4월 중순 벚꽃이 필 무렵부터 철쭉이 만개하는 5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은 산책과 휴식은 물론, 드라이브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둔병재(屯兵峙)는 이서면 안심리에서 화순읍 수만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이 고개의 정상에서 포장도로를 벗어나 왼쪽 산자락 아래 숲속으로 길을 택한다. 10길의 시작을 알리는 무돌길 표시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둔병재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주둔했던 곳으로 옛 성곽, 참호 등의 흔적이 남아있고 병장기를 만들었던 쇠메기골에서는 지금도 쇠 찌꺼기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걷는 동안 그 흔적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물촌마을로 향하는 산자락 숲길은 줄곧 내리막길이어서 숲 사이로 마을이 가끔 내려다보인다. 이 숲길의 주변은 소나무, 참나무가 대부분이며 다양한 수종이 서로 어울린 건강한 잡목 숲이다. 오월의 신록이 눈을 가득 채우고 숲 향은 코끝에 맴돈다. 임도가 놓여 있는 내리막길의 끝자락, 흑염소 목장 근처에서 임도가 끊기고 계곡길이 나타난다. 나무 둥치가 일정한 높이로 벗겨져 있다. 염소들이 비벼댄 흔적이리라.

흑염소 목장을 지나치면서 길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아마 올 봄에 내린 비로 계곡이 넘치면서 길이 없어져 버린 듯하다. 계곡을 따라 이리저리 허둥거리다 다시 길을 찾아 걷는다.  숲이 사라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산자락의 논배미와 밭과 물촌마을이 가깝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번엔 길 표시가 작년과 다르다. 작년엔 계곡을 건너 발고랑길과 논두렁길을 타고 곧바로 마을로 갔었는데, 빙 돌아가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무돌길을 걷는 사람들이 논과 밭에 피해를 주자 주민들이 길을 없애버렸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에서 길을 수정하여 주민 피해가 없도록 1km 정도 돌아서 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길 표시를 따라 물촌마을 아래쪽 수만리 물촌농장에서 동면 국동리로 가는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이 포장도로 옆으로 만연산(萬淵山, 668m)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산들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합쳐져 제법 큰 물줄기를 이루면서 흘러간다. 수만교를 건너 물촌마을을 향해 올라간다. 수만리(水萬里)는 수촌(水村)마을과 만수(萬水)마을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촌마을, 새터마을, 만수마을, 중지마을 등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깊은 산골마을이라 주로 약초재배와 한봉, 그리고 흑염소가 주요 생산물이다. 특히 흑염소요리가 유명한데, ‘너와 나 목장’을 비롯한 여러 개의 흑염소목장이 있고 여기서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촌마을은 물이 풍부하고 차가와 수냉천(水冷川), 즉 물찬내라고 부르다가 후에 물촌이라고 하였고 이어 한자로 표기하면서 수촌이라 하였다고 한다. 요즈음은 수촌이라 하지 않고 그냥 물촌이라 부른다. 동쪽으로는 대동산, 서쪽으로는 만연산, 남쪽으로는 안산, 북쪽으로는 안양산을 두른 마을의 방향은 남쪽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동남향으로 짓는다고 한다. 마을 남쪽 안산에 범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에서 돌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사람은 병이 들거나 죽게 된다는 옛 이야기가 전해오기 때문이다. 뒷산이 호랑이 형국이며 마을은 호랑이 사타구니 안에 자리하고 있어 물이 많다는 말도 전해온다.

  여러 그루의 당산나무가 자리 잡은 마을입구 건너편 학교 건물이 아담하다. 1958년 동면국민학교 국동분교로 개교, 동국민학교가 되었다가 1989년 화순초등학교로 편입되어 폐교된 수만분교다. 수만분교에서 포장도로를 버리고 계곡을 따라 큰재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길로 꺾어진다. 곧이어 물레방아교란 이름의 다리를 건넌다. 주변에 물레방앗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작년 겨울 이 다리 밑에서 토종벌통을 불태우던 주민 한 분의 한숨 섞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염병으로 토종벌들이 모두 죽어 어쩔 수 없이 불태워야 한다면서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는 푸념을 했었다. 괜스레 오월의 눈부신 햇살마저 파리해진다.

  큰재로 오르는 길에는 전원주택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한 채만 오두마니 있기도 하고 여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다. 한참 올라가니 계곡 건너 멀리 수촌마을, 새터마을, 만수마을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정상 부근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도 있어 철쭉길을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상부근의 큰재 주차장 아래에는 조그만 공원이 습지와 함께 마련되어 있다. 큰재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버리고 만연산 산책로로 접어든다. 철늦게 남겨져 있는 철쭉을 보며 좀 일찍 올걸 그랬나 싶은 생각을 한다. 무에 그리 바빴는지……. 산책로는 포장도로 옆으로 계속 이어진다. 편백나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주변에 차나무도 심어 놓았다. 숲속에는 일부러 조성한 꽃무릇도 보인다. 꽃무릇 피는 9월에도 걸을만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양산로로 내려온다.

  중지마을로 가는 길은 왼쪽이다. 그대로 가면 만수마을로 가게 된다. 만수마을 가는 길에는 내리막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오르막인 ‘도깨비도로’라 불리는 곳도 있다. 만수마을에서 중지마을로 올라갈 수도 있으므로 길을 잘못 들어도 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지마을 가는 길은 막 새로 포장한 듯 아직도 아스팔트 냄새가 훅하고 코끝으로 다가온다. 길 주변에 가꾸어진 철쭉도 제대로 활착이 되지 못한 것 같다. 햇살이 숨을 죽이며 점차 붉게 물든다. 산골이라 일찍 쉬고 싶은 모양이다. 중지마을 앞 주차장에서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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