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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무돌길

무돌 9길 (안심길)

by 햇살과 뜨락 2023. 5. 9.

무돌 9길 (안심길)

 

  안심길은 안심리(安心里) 하반동에서 안심마을을 거쳐 안심저수지 둑길을 따라 안양산 휴양림 입구까지 가는 길이다. 마을길과 들길, 저수지의 둑길과 휴양림의 고갯길을 걷는 까닭으로 풍광이 자주 바뀐다. 담쟁이넝쿨의 새싹이 햇살에 반짝이고 불두화가 소담스럽게 피어난 마을의 돌담길은 상큼하고 정겹다. 한편 모내기가 한창인 들길에는 분주함이 내비치고 깊고 푸른 저수지에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적막함으로 다가온다. 그런가하면 자연과 인공이 어울린 휴양림의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은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한다.

  안심리 하반동(下盤洞) 돌샘 앞 정자에서 김밥을 꺼내든다. 아침도 하지 않고 4km 이상 걸은 탓인지 어묵 국물에 적셔먹는 김밥 맛이 꿀맛이다. 마을 아주머니가 정자 한켠에서 무언가를 썰고 있다. 물어보니 어린누에에게 줄 뽕잎이란다. 누에가 아직 개미 크기만 해서 뽕잎을 잘게 썰어주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신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손만 찍으라시며 인절미를 하나 꺼내들고 먹으라 하신다. 순박함 속에 잔잔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하반동의 원래 마을 터는 지금보다 위쪽으로 금반동(金盤洞)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1870년경에 이르러 후손들이 많아지고 터가 좁아지자, 지금의 자리로 옮겼고 금반동의 아래에 있어 하반동이라 하였단다. 커다란 두 개의 바위를 거느리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옴팍하게 자리 잡은 돌샘은 ‘원시암’이라 한다 하는데, 지금도 마을사람들이 사용하는 돌샘이다. 가뭄에도 물이 줄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써도 항상 그만큼씩 물이 나온다고 한다. 물맛이 달콤해 빈 페트병에 가득 물을 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물 값을 내라시며 농을 하신다. 불두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마을 안 돌담길을 한 컷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하반동과 안심마을은 거의 붙어있다 싶을 정도로 가깝다. 안심리라는 지명은 안심마을에서 비롯되었고, 마을 이름은 터만 남겨져 있는 안심사(安心寺)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을은 무등산과 안양산을 배경으로 동북향으로 계곡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 안양산을 두르고 북서쪽으로는 무등산이 감싸 안았다. 남서쪽에는 화순읍 수만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둔병재가 높다. 안양산(安養山, 853m)은 무등산의 한 봉우리 같은 아담한 산으로 무등산 장불재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5월 초 쯤 이면 정상부근의 철쭉 군락지가 온통 분홍으로 물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널찍한 평지를 이룬 정상의 북쪽 면과 백마능선을 따라 펼쳐진 철쭉들은 사람의 키보다 큰 고산철쭉으로 꽃이 크고 화려하다.

  마을 안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이 계곡은 둔병재와 갈두리에서 시작한 물길이 안심저수지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북쪽으로 흘러 들어와 마을 앞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마을 안길을 걷다 보니 오래 묵은 느티나무 몇 그루와 제법 큰 바위들이 있는 자리에 샘이 하나 눈에 띈다. ‘우렁바우께 시암’이라 불리는 샘으로 예전엔 바로 옆에 우렁바위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으나 길을 넓히면서 없애버렸다고 한다. 맑은 물이 솟는 샘이었고 아들 낳는 영험을 가진 샘물이라 전하지만, 관리가 잘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안심리는 물과 공기가 좋고 산세도 아름다워 도시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며 민박도 있고 한옥체험관도 최근에 지어졌다.

  897번 지방도 아래로 난 굴다리를 지나 마을 입구를 벗어나면 들판이 펼쳐진다. 논배미 왼쪽으로 멀리 사마동을 비껴두고 논두렁길을 따라 안심저수지로 향한다. 별산농장을 지나 897번 포장도로로 접어들어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안심저수지가 나오는데, 둑길은 철조망 문으로 막혀 있다. 하지만 무돌길은 이 둑길로 가야 한다. 철조망을 살짝 넘어 들어가 둑길에 서니 시원한 바람에 마음도 몸도 차분해진다. 안심저수지는 주변의 높은 산들이 계절마다 나름의 색으로 물들면서 그 모습을 물에 비추어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가을에도 좋지만 봄 벚꽃 한창일 무렵은 분홍색, 미색, 연초록색, 흰색 등이 은은하게 어울려 자못 환상적이다.

  1987년 준공된 안심저수지는 화순읍 수만리로 넘어가는 둔병재와 이서면에서 동면으로 넘어가는 갈두리에서 시작된 물길이 모여든다. 저수량이 122만7천톤이며 유역은 430㏊에 달하는 규모 있는 저수지로 이 저수지의 물줄기는 안심마을을 지나 동복호로 합쳐진다. 둑 건너편 모퉁이, 나직한 절벽을 배경으로 주와하공지천(竹窩河公之阡)이라 새겨진 비석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주변에 묘소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죽와 하일호(竹窩 河一浩)선생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의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영신마을을 중심으로 이 근처에 사는 진양 하 씨들과 관계가 있을 듯…….

저수지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물가의 오동나무가 짙고 푸른 물을 배경으로 연보랏빛 꽃을 선명하게 피어내고 있다.

  안양산 휴양림의 경계 알리는 철조망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걸을 때는 문이 잠겨 있더니 오늘은 열려있다. 새로 조성한 소나무 숲의 일부가 말라죽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갖는다. 안양산 휴양림은 안양산 자락에 개인이 조성한 20여만평 규모의 휴양림이다. 편백나무 산림욕장, 산책로, 숙소, 사계절 썰매장, 어린이 놀이터, 체력단련장, 야외수영장, 구내식당, 강당, 운동장 등 자연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많아 숲 속의 공기 중 피톤치드의 함량이 높고 그윽한 향기까지 머금고 있어 휴양림으로서의 조건이 우수하단다. 잘 가꾸어진 휴양림의 살피면서 오르막길을 올라 입구로 향한다. 휴양림의 입구는 무돌 9길의 종착지인 둔병재 정상 바로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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