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 7길 (이서길)
일곱 번째, ‘이서길’이라 이름 지은 이 길은 담양군 남면 무동리에서 출발하여 화순군 이서면 인계리의 여러 마을들을 잇는 길이다. 무등산 자락에 기대어 있는 이 마을들, 송계, 서동, 용강, 영평마을을 잇는 길은 그야말로 산골의 정취가 풍성하다. 한적한 산자락 길에서 돌담이 운치 있는 마을길로 들어섰다가 갑자기 논두렁길이나 숲길을 타기도 한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들은 거의 대부분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지만 간혹 논두렁길이나 비포장도 있고 작은 계곡을 건너기도 하는 등, 길 찾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에서 표시해 둔 대로 따라가면 되지만 표시가 없어져 버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막바지에 다다른 가을의 오후를 휘적휘적 걷는다.
무동마을에서 송계마을로 가는 길, 큰길을 버리고 나무농장이 자리 잡고 있는 북산 기슭으로 나있는 길을 택한다. 가을 숲과 무등산이 가슴속 깊숙이 가을을 채색한다. 간혹 맑고 곱게 물든 숲정이들과 짙푸른 소나무 숲이 서로 어울리면 그 너머로 보이는 무등산마저 잊고 단풍의 아름다움을 탐한다. 행정구역은 담양군 남면에서 화순군 이서면으로 바뀌지만 같은 무등산 자락이라 경계도, 표시도 없다. 산자락에 옹기종기 맺혀있는 듯 보이는 마을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들, 가을걷이가 끝난 논배미들이 그림 같다.
송계(松溪)마을로 가는 길은 산 쪽으로 이어진 길에서 왼쪽으로 숲길을 타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그대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무동저수지가 펼쳐진다. 깊고 고요한 산속의 저수지라 짙푸른 물이 소름을 돋게 한다. 무동저수지에서 다시 내려와 짧은 숲길을 거쳐 논배미들 사이로 난 논두렁길을 타고 마을을 향해 간다. 논 가운데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진 붉은 감이 눈길을 끈다. 송계마을은 원래 마을 모습이 삽 모양이어서 삽재라 하였다가 나중에 마을에 커다란 소나무가 있어 송계로 바꾸었다고 한다. 돌담에 달라붙은 담쟁이와 이끼가 가을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마을 위쪽에서부터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 마을 입구로 내려온다. 무돌길은 마을 중간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서동마을을 향해 가야 하지만, 마을 입구에 조탑이 있다고 해서 살펴보고 가려는 것이다.
송계마을 입구의 당산에는 무등산 권에 남아있는 것으로는 보기 드문 전통적인 수구맥이 조탑(造塔)이 있다.
조탑은 반구형의 돌무더기를 쌓고 그 위에 자그마한 선돌을 하나 올려놓은 것이다. 주로 마을의 지기(地氣)가 허 한 곳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세우며 수호신 역할을 한다. 전라남도 동부권에서 많이 나타나는 민간신앙의 하나인데, 몽고에 분포되어 있는 오보나 강원도지역의 서낭당과 그 모양이 비슷하다. 송계마을 조탑은 아담하고 단정하다. 높이 2m, 둘레 6m 정도로 잘 다듬어진 탑 꼭대기에는 30㎝ 정도의 선돌이 앙증맞게 세워져 있다. 이 조탑은 풍수상 마을의 재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동네 입구의 경계표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송계에서 서동마을로 가는 길은 제법 논배미가 넓다. 논두렁길을 지나 서동마을로 들어선다. 산골마을답게 서동마을 역시 돌담길이 정겹다. 서동마을은 서석산(瑞石山)이라 부르기도 하는 무등산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하여 서동촌이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서동(瑞洞)이라 부르는데, 역시 서석산 아래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계곡을 따라 길게 동남향으로 자리 잡은 마을은 한 때 50여 가구가 넘기도 했으나 지금은 30여 가구 정도의 아담한 마을이다.
용강마을로 가는 무돌길은 물줄기를 따라 마을입구로 가지 않고 중간에 계곡을 건너 산등성이 숲길을 올라가야 한다.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아 찾기 어렵다. 한참 헤맨 끝에 용강마을의 마을회관 옆길, 대나무 숲길을 찾는다. 아담한 논배미를 가운데 두고 말발굽처럼 자리 잡은 용강마을은 예전에는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하여 온수골이라 불렀다 한다. 이후 용계(龍溪)라 하였는데, 산등성이 아래 골짜기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그러나 1976년 용계가 발음이 좋지 않다 하여 용강(龍江)으로 바꾸었단다. 따뜻한 물이 나왔다던 돌샘은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용강마을에서 멀리 보이는 시무지기폭포의 흔적을 보면서 영평리 영신마을의 이서초등학교로 향한다.
시무지기폭포는 평소에는 흔적만 있다가 비가 와야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내는 폭포라고 한다.
이서초등학교 가는 길에 묘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서 초등학교는 3 학급의 아담한 학교이다. 학교 앞에 높다란 메타세쿼이아가 붉은 갈색으로 물들어 단풍나무와 어울려 있다. 1927년 이서국민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았으니 80년이 훌쩍 넘은 유서 깊은 초등학교로 2010년 현재 제76회 2,385명을 배출하였다 한다. 가을의 석양이 어깨너머로 긴 그림자를 남기고 서늘한 바람은 옷깃을 파고들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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