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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서툰 솜씨로 새긴 토속적 아름다움! 비금, 도초의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4. 30.

비금면 도고마을 돌벅수

  광양의 매화는 3월이 되기도 전에 남녘의 꽃소식을 전하더니 구례의 산수유와 봄을 다투고, 곧바로 벚꽃이 거리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곳은 벚나무 그늘을 피해 샛노란 개나리와 보랏빛을 머금은 진분홍의 꽃잔디가 피어난다. 요즈음은 4월에 피던 진달래도 순서를 지키지 않고 산과 들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려고 기를 쓴다. 그늘진 산자락, 철 이른 진달래에 햇살이 비추면 투명한 꽃잎을 말간 분홍으로 드러내는 반면, 그늘이 지면 자줏빛으로 변하면서 고혹적인 유혹의 손짓을 한다

이때부터 4월의 대지 위에 아지랑이가 가물거리고 다양한 연두색의 작고 여린 초록이 산과 들을 장식한다. 활엽수들이 많은 낮은 산들은 온통 파스텔 색조로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흰색, 미색, 분홍색, 노란색의 꽃들이 두서없이 연초록의 새잎들과 뒤섞인다. 산과 들의 색깔이 차분하게 대지에 달라붙지 못하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그래서 4월의 꽃바람은 칠십객 노인의 가슴까지 싱숭생숭거리게 하여 소름을 돋게 한다.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 산 목련, 박태기나무, 복숭아 꽃, 돌배나무, 산벚꽃 등, 꽃을 잎보다 먼저 피워 초장에 종족 보존의 승부를 겨룬 나무들은 각각의 스토리텔링으로 연초록빛의 새순을 피운다

  파스텔 색조가 아름답게 산을  물들이는 시간은 매우 짧다. 연초록의 어린잎들이 신록으로 바뀌는 기간이 짧은 탓이기 때문이다. 계절이 빨라지는 요즈음의 흐름에 도심의 영산홍은 아예 드러 내놓고 4월 첫 주말을 붉디붉은 색으로 물들인다. 이때에 비금도와 도초도에 있는 돌벅수를 찾기로 하였다.

비금면 도고마을 돌벅수

  도고마을의 낮은 언덕을 지나 천주교 동부성당 옆 김종학 씨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선 듯 한 어수룩한 돌벅수가 홀로 외롭다. 그리 약하지 않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돋을새김 되어 있는 얼굴만 망가진 것은 종족보존을 위한 민간신앙의 흔적이 아닌가 짐작한다. 몸통에 대장군(大將軍)이라고 오목새김 되어 있는 이름은 전혀 훼손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높이 184cm, 너비 50cm, 두께 26cm인 이 돌벅수는 도고마을 마을제사의 신격이었으나 제사를 중단한 지 5050여 년이 넘자 구실을 잃은 돌기둥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짝을 이루던 돌벅수마저 심연으로 사라져 기억의 저편에 파편으로 남아 망연히 서있을 수밖에 없는. 조선 효종 원년 양성 이 씨가 들어와 마을을 조성하였고 조세 창고가 있다고 하여 이름을 도고(都庫)라 하였다가 도고(道古)로 바꾸었다.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지막한 돌산의 삿갓바위가 기운이 강해 그것을 막기 위해 세웠을 것이라는 풍수 비보적인 벅수로 여겨진다.

광양의 매화는 3월이 되기도 전에 남녘의 꽃소식을 전하더니 구례의 산수유와 봄을 다투고, 곧바로 벚꽃이 거리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곳은 벚나무 그늘을 피해 샛노란 개나리와 보랏빛을 머금은 진분홍의 꽃잔디가 피어난다. 요즈음은 4월에 피던 진달래도 순서를 지키지 않고 산과 들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려고 기를 쓴다. 그늘진 산자락, 철 이른 진달래에 햇살이 비추면 투명한 꽃잎을 말간 분홍으로 드러내는 반면, 그늘이 지면 자줏빛으로 변하면서 고혹적인 유혹의 손짓을 한다

이때부터 4월의 대지 위에 아지랑이가 가물거리고 다양한 연두색의 작고 여린 초록이 산과 들을 장식한다. 활엽수들이 많은 낮은 산들은 온통 파스텔 색조로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흰색, 미색, 분홍색, 노랑색의 꽃들이 두서없이 연초록의 새잎들과 뒤섞인다. 산과 들의 색깔이 차분하게 대지에 달라붙지 못하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그래서 4월의 꽃바람은 칠십객 노인의 가슴까지 싱숭생숭거리게 하여 소름을 돋게 한다.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 산 목련, 박태기나무, 복숭아 꽃, 돌배나무, 산벚꽃 등, 꽃을 잎보다 먼저 피워 초장에 종족 보존의 승부를 겨룬 나무들은 각각의 스토리텔링으로 연초록빛의 새순을 피운다

  파스텔 색조가 아름답게 산을  물들이는 시간은 매우 짧다. 연초록의 어린잎들이 신록으로 바뀌는 기간이 짧은 탓이기 때문이다. 계절이 빨라지는 요즈음의 흐름에 도심의 영산홍은 아예 드러 내놓고 4월 첫 주말을 붉디붉은 색으로 물들인다. 이때에 비금도와 도초도에 있는 돌벅수를 찾기로 하였다.

  도고마을의 낮은 언덕을 지나 천주교 동부성당 옆 김종학 씨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선 어수룩한 돌벅수가 홀로 외롭다. 그리 약하지 않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돋을새김 되어 있는 얼굴만 망가진 것은 종족보존을 위한 민간신앙의 흔적이 아닌가 짐작한다. 몸통에 대장군(大將軍)이라고 오목새김 되어 있는 이름은 전혀 훼손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높이 184cm, 너비 50cm, 두께 26cm인 이 돌벅수는 도고마을 마을제사의 신격이었으나 제사를 중단한 지 5050여 년이 넘자 구실을 잃은 돌기둥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짝을 이루던 돌벅수마저 심연으로 사라져 기억의 저편에 파편으로 남아 망연히 서있을 수밖에 없는. 조선 효종 원년 양성 이 씨가 들어와 마을을 조성하였고 조세 창고가 있다고 하여 이름을 도고(都庫)라 하였다가 도고(道古)로 바꾸었다.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지막한 돌산의 삿갓바위가 기운이 강해 그것을 막기 위해 세웠을 것이라는 풍수 비보적인 벅수로 여겨진다

비금면 도고마을 대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