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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통도사 국장생석표(梁山 通度寺 國長生石標, 보물)

by 햇살과 뜨락 2023. 4. 30.

통도사 국장생석표(梁山 通度寺 國長生石標, 보물 제74호)

경남 양산시 백록리 양산대로 27-2 

 

  국장생석표는 장승도 벅수도 아니다.

이정표(里程標), 경계표(境界標) 등의 기능을 갖는 장승은 고려시대까지는 흔히 장생(長生)이라 불렀으나 기둥에 사람의 얼굴이 새겨지지는 않는다. 이 석표는 절집의 경계를 표시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고려 때 나라에서 절집에 주는 전답의 크기가 매우 넓어짐에 따라 절집의 땅과 일반 촌락의 땅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 표시로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사냥이나, 살생, 땔나무하기 등을 금지하였다. 따라서 이 석표는 경계 표시뿐만 아니라 절집의 경계가 신성 구역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구실도 하였다. ‘사지사방산천비보(寺之四方山川裨補)’의 뜻을 갖는 것으로 나중에 절집지킴이 구실을 하는 벅수가 미르()나 무서운 얼굴을 가진 치우천왕의 모습으로 새겨지게 되는 배경 중 하나가 된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치우천왕은 환웅천왕이 건국한 배달국의 제14대 천왕으로 용맹하기 그지없는 전쟁의 신이다.

  석표는 고려 선종 2(1085)에 세워진 것으로 나라에서 내려준 것이며 통도사를 중심으로 사방 열두 군데에 세워 놓았던 것들 중 하나다. 절의 동남쪽 약 4지점인 지금의 자리에 다듬지 않는 거친 돌을 세우고 이두문이 섞인 글을 오목새김해 놓았다. 기본적으로 장생은 풍수적인 현상에 따라 설치하고 절집의 경계를 지키므로 비보적이라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풍수지리적인 민간신앙과도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장생은 더 이상의 발전이나 계승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단순한 표석으로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