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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벅수와 짐대

by 햇살과 뜨락 2023. 4. 29.

벅수

  우리는 우리의 수호신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쓰지 못한다. 벅수라 부르면 안 되고 장승이라 불러야 옳은 표현이란다. 법수(法首)라 쓰면 잘못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수호신이 아닌 경계표, 또는 이정표의 구실을 해왔던 노표를 일컫던 장승(長丞)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전에도 벅수를 ‘장승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웃기는 짓거리다. 독립한 지 80여년이 지났는데도 이 모양이다.

  1895년 역참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고려 때부터 경계표시와 이정표로 사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라진 '장승'이 살아나서는안된다는 생각이다. 일제는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통해 장승을 표준말처럼 교육하고 장승의 승(丞)자가 중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라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고 그들의 글과 책, 논문 등에서 벅수를 배척하여 은근히 사라지게 하려 했다.

  진정한 수호신 구실을 하는 벅수는 돌아가신 임금님 혹은, 단군 할아버지 또는 입향조의 모습을 새긴다고 한다. 그래서 궁궐 우동마루의 끄트머리에 놓인 선인법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본래 모습에서 우리의 조상인 단군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생김새는 모셔진 때와 장소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더구나 치우천왕, 장군, 문인석 등 시대의 흐름과 필요에 따라 수호신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리하여 생김새가 귀면을 닮아가고 드디어는 퉁방울눈, 주먹코, 험한 이빨, 멋들어진 수염, 붉은 얼굴 등을 가진 힘센 장군상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몸통에 새겨진 이름도 장군과 신선의 이름을 주로 갖게 되었다. 벅수의 이름을 보면 풍수지리적인 조건에 따라 산천을 비보하는 동서남북 중앙의 오방대장군, 가장 흔한 이승과 저승의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 두창과 같은 전염병을 막는 역할을 하는 상원주장군과 하원당장군같은 장군이 있고 남정중, 화정려, 와주성선, 보호동맥과 같이 신선과 관계있는 이름도 있다. 한편 진서대장군, 방어대장군도 있고 이름이 없어 상당히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름이 없는 경우가 돌미륵이나 돌하르방이다. 부여 은산리 오방짐대당산과 같이 독특한 대상을 당산의 신체로 하여 이름을 달리 하는 경우가 있다. 부안군만 해도 부안군 계화면 궁안리 머리낭자(전북민속자료),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서문안짐대당산(중요민속자료),  부여 은산리 오방짐대당산,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서문안짐대당산(중요민속자료),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동문안짐대당산(중요민속자료), 부안군 부안읍 내요리 돌모산짐대당산(전북민속자료), 부안군 하서면 언독리 섶못당산부안군 백석면 죽림리 공작당산(전북민속자료), 부안군 보안면 월천리 단군벅수(전북민속자료), 부안군 보안면 상입석리 웃선돌(전북민속자료 ),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우실당산부안군 위도면 대리 원당그리고 내소사 절집당산의 오래된 벅수도 있다. 부안 땅에서 오직 하나뿐인 나무벅수다
  마을마다 민속문화재로 등록된 보물들이 넘쳐흐르는 별천지에서 누가 감히 벅수를 장승이라 부르는가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은 장승이 아니라 벅수다진리의 우두머리이며 제사장을 뜻하는 단군 할아버지가  벅수다.
  우리 고유의 수호신인 벅수는 읍락수호, 불법수호, 풍수비보, 성문수호, 기자신앙 등의 역할을 갖는다. 이정표의 기능이나 절의 경계를 나타내는 경계표의 구실은 극히 부분적인 것이었다. 벅수는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마을의 당산과 풍수지리적으로 허 한 곳, 절집의 경계, 성문 앞, 기자신앙을 위한 장소 등에 자리를 잡고 나름의 역할을 다한다. 그리고 중부지방에서는 남부지방과 달리 서낭신과 산신을 주로 모신다. 그런데 장승이라니…. 월천리 돌벅수인 장백산 왕검과 구룡연 환웅께서 헛웃음을 지을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궁궐 우동마루의 잡상 중 맨 앞에 서 있는 선인벅수께서 네 이놈! 하실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는 표현도 살펴보면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때의 여성비하적인 봉건적 문화 흐름에 다름 아니다.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잘못된 이름이며 극히 봉건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틈만 나면 남의 땅 독도에 시비 걸고 군함도가 강제징용으로 근대화과정을 이룬 것을 왜곡한다. 그런데도 역사왜곡을 밥 먹듯 하는 일본인들에게 힘 한 번 못쓰고 바라보고만 있더니…. 선제공격은 북한이 아닌 일본에게 해야 할 것을…. 또 한단다. 이 친일 모리배 지식인들아!

부여 은산리 서방백제축귀대장군

 

짐대

  짐대는 긴 장대를 가리킨다. 가지없이 용트림을 하고 있는 장대 끝에 오리나 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를 만들어 올려놓은 것을 말한다. 짐대 위의 새는 화재를 예방하고 풍농을 기원하며 북쪽하늘을 향해 날아 민초들의 소망인 만다라의 세계를 신께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손진태(孫晉泰)의「소도고(蘇塗考)」에 의하면 소도가 솟대로 변화하는데, 이 솟대 끝에 새 모양의 소조상이나 옥기를 토템으로 올려 숭배하였다고 한다. 이때의 신조는 삼족오로 하늘새이고 태양이며 솟대, 즉 짐대는 우주나무이다.

  짐대는 소줏대, 솔대, 거릿대, 오릿대, 오리짐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짐대로 통일한다. 그 까닭은 전라도 거의 대부분과 경상도 일부에서 ‘짐대’라 하고 부안, 고창, 영광 등, 짐대가 많은 지역에서는 당연히 짐대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강원도의 경우도 ‘진또배기’라고 하며 더구나 대부분의 현장에서 거의 짐대라 부르고 있다.

  짐대는 장대, 긴대, 진때, 진대, 짐때라고도 하며 대부분의 짐대는 금줄을 연결해 놓거나 ‘옷입히기’라고 하는 줄다리기 후에 왼새끼꼬기를 한 동아줄을 짐대에 감아놓는 민속을 행하고 난 후, 제를 지낸다. 짐대는 풍수지리적으로 지세가 허하거나 특별하게 기가 센 곳을 향해 방향을 잡는데,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북서쪽이 많다.

  솟대란『삼국지』마한전에 나오는 소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진태는 ‘소도는 별읍이 아니라 큰 나무이며, 이것은 신간(神竿)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짐대’라고 하였다. 즉, 생나무를 잘라서 신간으로 삼았으나 차츰 나뭇가지를 버리고 장대만을 신간으로 삼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소도의 방울과 북이 짐대의 새 토템으로 변화하는데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비보적인 역할을 하는 돛대와의 관계도 접근이 명확하지 못하며 삼족오와의 관계는 보다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까마귀를 토템으로 사용하는 경우처럼 새 세 마리를 올리는 경우에 대한 설명도 명쾌해진다.

  짐대는 벅수와 같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민속신앙과는 달리 입간신앙으로 남겨져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의 초원지대 민속신앙과 많이 닮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읍락비보의 신앙체인 서낭제, 산신제, 당산제 등의 구성체로 남아있으며 짐대와 달리 민족 고유의 민속신앙으로 습합되어 주로 거리제라고 하는 하위신앙체를 구성하여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것은 조탑, 돌벅수, 돌미륵, 나무벅수, 입석 등으로 구성된다. 즉 당산, 서낭당, 산신당의 구성에 짐대가 중요한 신앙체로 등장하며 주로 읍락과 산천의 비보가 짐대의 상위신으로서의 역할이고 벅수는 수호신으로서 하위 신앙체의 역할을 맡는다.

영광군 군서면 반안리 안수마을 돌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