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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해학이 넘치는 절집지킴이(총지사터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8.

  총지사터 돌벅수찾아 무안군 몽탄면 대치리,

서해안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송정마을로 향한다. 총지사는 밭으로 변해버려 터마저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데, 법천사와 마찬가지로 신라 성덕왕 때 서역 금지국(金地國, 간다라)의 승려인 정명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밀교승인 혜통이 665년에 개산한 것으로 되어있기도 하다.  조선 현종 7년(1666) 중건한 기록이 있으며 대단히 큰 절이었으나 1810년 경에 폐사한 것으로 짐작한다. 절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총지사터에는 힘겹게 세월을 지켜온 한 쌍의 돌 벅수만 쓸쓸하게 가을 오후의 햇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할아버지 벅수는 무뚝뚝하고 강인해 보인다. 자연석을 그대로 살려 새겨 놓은 듯, 민둥머리와 커다란 왕방울 눈, 우뚝 솟은 주먹코와 작은 입, 그리고 멋들어진 수염을 갖추었다. 할머니 벅수는 트레머리를 올리고 그지없이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수염은 없다. 조선 현종 때 중건과 함께 세운 것이 아닌가 추측하며 전남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총지사터 돌벅수를 마지막으로 돌아서는 길, 영산강에 비낀 노을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4대강 사업으로 꿈여울의 강변도 정비되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잃었다. 영산강 하구댐 건설로 옛 모습을 잃더니 그나마…. 아쉽고 마뜩잖다. 어스름 어둠의 그림자가 사위에 내리고 오늘 살핀 돌벅수들을 눈 안에 그려본다. 호남지방의 절집에 자리 잡고 있는 돌벅수들은 수호신상임에도 대부분 험상궂거나 위압적이지 않다. 애써 무섭게 만들려 해도 워낙 순박한 심성을 가진 탓인지 생각대로 잘 표현할 수 없었음일까? 아니면 부러 그렇게 새긴 것일까? 어쨌든 인자하면서 품격 있게 웃기기까지 하는 다스운 동네 어르신이다. 절집 입구에 오도카니 서서 비바람도 궂다 않으며 오가는 이를 따뜻하게 맞고 떠나보낸다. 또한 민초들의 간절한 소망을 잔잔한 미소로 거두고 아픔은 가만가만 어루만져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