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법천사 돌벅수를 보려면 영암읍을 거쳐 영산강을 건너야 하는데, 새로 개설한 몽탄대교 덕에 조금은 거리가 좁혀졌다. 몽탄(夢灘)이라는 땅 이름은 태조 왕건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눈앞의 호수는 강이 아니라 여울이니 건너가도 된다고 하므로 말을 타고 몽탄나루를 건너 견훤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우리말로 바꾸면 ‘꿈여울’이니 참 예쁜 이름이다. 무안군 몽탄면 달산리의 승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법천사로 향한다. 법천사는 원나라 스님인 원명이 세웠다고 한다. 한편 신라 성덕왕 24년(725) 서역 금지국의 승려인 정명이 세우고 남송 임천사의 승려 원명이 고쳐 세웠다는 기록이 전하기도 한다. 법천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부속 암자인 목우암이 있다. 11월 초쯤 목우암에서 바라보는 가을 풍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나다.
달산저수지 옆으로 난 비포장 길을 천천히 올라 법천사로 가는 길목에 한 쌍의 돌벅수가 반긴다. 이 법천사 돌벅수는 투박한 돌을 거칠게 깎아 만들었고 새김솜씨도 변변치 않으며 이름도 없다. 동네 석수의 솜씨가 분명하다. 두 분 모두 땡그렇게 큰 왕방울 눈과 주먹코를 갖고 있으며 할아버지는 두건과 비슷한 모자를 쓰고 할머니는 맨머리이다. 다물어진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번져 순박하고 인자한 동네 어르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할머니 벅수는 트레머리를 한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 독특하면서도 나름의 재미를 준다. 할아버지 벅수의 키는 170cm, 할머니 벅수는 166cm이다. 아들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코를 갈아서 깨끗한 물에 타 마시면 효험이 있다 하여 수난을 당한 흔적이 보인다. 이 돌벅수는 1989년에 도난당한 적도 있었으나 다행히 다시 돌아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남 민속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선 인조 때 세워놓은 것으로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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