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관영리 돌벅수
벽라리 돌미륵과 헤어진 후, 보성벌교로 향하는 곧게 뻗은 4차선 도로를 따라 능주로 향한다. 가로수로 심어진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막바지이고 군데군데 피어난 코스모스가 반갑다. 능주 관영리 돌벅수는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의 능주역 앞에 있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당산에 자리 잡고 있다. 본래 나무벅수였으나 1985년 그 모습 그대로 돌로 만들어 세웠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적인 나무벅수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나무가 갖는 나름의 맛이 없어 썩 내키지 않는다. 동쪽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있는 2기의 돌벅수 중, 할아버지 벅수는 160cm의 크기에 관을 쓰고 있으며 뒷면에 '을축 일구팔오년 이월 개입 관영리민 일동'이란 명문을 새겨 놓았다. 할머니 벅수는 키가 135cm이고 관을 쓰지 않고 수염도 없다. 마을에 돌림병이 유행하자 이를 막기 위해 처음 세웠다고 전한다. 지금도 매년 정월 대보름날 밤에 동제를 지내고 주변을 벅수거리라 하여 신성시 한다. 마을사람들은 초상이 나더라도 그 앞으로는 절대 상여가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금기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벅수는 마을이나 절집의 수호신 구실을 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로 만드는데, 호남지방에서는 돌로 만들어 놓은 경우가 유난히 많다. 특히 호남지방의 돌벅수들은 험상궂다거나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과 같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미소를 띠게 한다. 아마 새김질한 이의 심성이 워낙 순박하여 이보다 더 무섭게 표현할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벅수는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중부지방에서는 거의 장승, 장생, 장성이라 일컫는다. 이맥(李陌 : 1455~1528)의『태백일사(太白逸史)』에 의하면 벅수란 선인 법수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화엄경 제 2 권 『보살문명품(菩薩問明品)』에도 불법수호의 구실을 갖는 법수보살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벅수란 법수(法首)가 이화작용으로 일으켜 변화한 말이라 추정하며 그런 까닭으로 마을 지킴이와 절집지킴이 같은 수호신은 벅수라 불러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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