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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부안의 독특한 선돌과 돌벅수(죽림리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8.

죽림리(竹林里) 돌벅수

  707번 지방도를 타고 부안읍으로 향한다. 주산면을 지나 거의 부안읍에 이르러서 오른쪽 돌모산길로 접어든다. 내요리 석제(石堤)마을 즉, 돌모산마을로 가는 길이 다. 이 마을에는 돌기둥 위에 한 마리의 오리를 얹은 짐대가 모셔져 있다. 하지만 이 돌짐대를 지나쳐 서해안 고속도로의 아래를 지나 백산면 죽림리 공작마을로 길을 잡는다.

 

전북 민속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어 있는 죽림리(竹林里) 돌벅수를 보기 위함이다.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자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징게맹게 외에밋들’이라 불리는 김제․만경평야의 한 부분이다. 가을이면 풍요로움으로 가득찬 황금들판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죽림리 돌벅수는 마을의 남동쪽 고부천에서 흘러오는 농수로 위에 놓인 공작교 건너편에 있다. 벅수는 보통 길 양옆에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한쪽에 가지런히 모셔놓았다. 할아버지라 불리는 남자 벅수는 ‘상원금귀주장군(上元禁鬼周將軍)’이라 새겨져 있다. 키는 190㎝이고 관모와 비슷한 모자를 쓰고 있으며, 퉁방울눈은 볼록 튀어나와 있고, 잘생긴 주먹코와 굳게 다문 입을 지녔다. 할머니는 ‘하원금귀당장군(下元禁鬼唐將軍)’이라고 새겨 놓았으며, 남바위 비슷한 모자를 쓰고 있다. 큰 키는 180㎝이며 원숭이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새겨 놓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인중이 유난히 길고 이빨을 드러내며 험상궂게 보이려 애를 쓰고 있으나 겁먹을 사람을 없을 것 같다. 1983년 땅 속에 묻혔던 것을 파내어 현재의 자리에 옮겨놓은 것이라 하는데, 본래는 마을 안에 있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왕이 나온다는 공작혈이라는 명당자리가 있어 그 기를 누르기 위해 벅수를 세웠다고 전한다. 왕이 나오면 좋은 일 아닌가? 그런데 실은 명당의 기를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것이다. 왕조시대에 왕이 나온다는 말은 곧 대역죄인이 나온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조금은 씁쓸한 내용이긴 하지만, 사실 원숭이 모습과 이름으로 접근해 보면 두창벅수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