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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부안의 독특한 선돌과 돌벅수(월천리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7.

월천리 돌벅수

  금잔디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월천리 돌벅수(月川里 돌벅수)를 찾아 월천리의 오래 묵은 기와집으로 들어간다. 머리가 허옇게 센 주인아저씨가 잔디를 다듬다가 반긴다. 퇴직 후 내려와 집을 가꾸고 있다면서 잔잔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앞쪽 사랑채는 시멘트 기와여서 좀 그렇지만, 뒤쪽의 안채를 살펴보니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색이 짙다. 보통 마을 입구나 절 입구에 있기 마련인 벅수가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돌벅수는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거북메의 개천가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돌벅수가 집주인이었던 허방한씨의 꿈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집안으로 옮겨 모신 것이라 하는데, 두 돌벅수 모두 무덤 앞의 시묘석인 문인석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웅과 단군 두 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선인계(仙人系) 벅수로 희귀한 예여서 민속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군상은 키가 182이며 앞면에 왕검(王劍)’, 뒷면에 장백산(長白山)’이라 오목새김 하였다. 환웅상은 키가 172이며 앞면에 환웅(桓雄)’, 뒷면에는 구룡연(九龍淵)’이라 새겨놓았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의 국조신화(國祖神話)인 단군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민족의식이 강하게 표출되던 시기인 조선말, 또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북 민속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벅수 앞쪽에 근래에 만든 제단이 그럴듯하게 새로 놓이고 주변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주인장 말로는 일정하지는 않으나 단군 관련 신앙을 가진 분들이 수시로 찾아와 제를 지낸다고 한다. 선인계 벅수로 주목되며 단군 왕검의 신화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