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정(芙蓉亭, 문화재자료 제13호)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 129
남구 칠석동 마을 주민들은 향약의 시행 장소로 유서 깊은 부용정과 고싸움 전수관, 그리고 6백 살 먹은 은행나무를 마을의 자랑으로 여긴다.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 129번지에 위치한 부용정은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3호이다. 향약의 터전이기도 했던 이곳은 고려 말 조선 초 활동한 김문발이 지은 정자로 평야가 펼쳐져 있는 평지에 2단으로 대지를 고른 후 건립되었는데, 연꽃을 꽃 중의 군자라고 칭송하던 북송 주돈이의 애련 설에 담긴 뜻을 취하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김문발은 여씨의 남전향약과 주자의 백록동 규약을 모방하여 풍속 교화에 힘썼는데, 이것이 광주 향약좌목의 유래가 되었다. 따라서 이 정자는 광주지역 향약의 시행 장소로 매우 유서가 깊은 곳인 셈이다.
바람도 없는 고요한 부용정을 천천히 돌다 보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건축 형태는 정•측면이 다 같이 세 칸으로 기둥머리에 공포가 없는 납도리 집이다. 지붕은 우물마루를 깐 맞배지붕으로 민흘림기둥을 세웠으며, 홑처마로 지어졌다. 기단은 네모 막돌 바른 층 쌓기를 하였으며, 좌우 가운데를 제외하고는 자연석 덤벙 주추를 놓아 정겹기 그지없다. 사방은 벽이 없이 개방된 공간인데, 천장은 연등천장을 하였고, 연골은 회반죽으로 마감하여 여름철이면 무척 시원한 느낌이 든다.
처마에는 부용정 현판과 양응정, 고경명, 이안눌, 박제형 등 후대의 유명한 선비들의 누정제영을 새긴 편액이 많이 걸려 있다. 정자 주변을 거닐다 보면, 부용정의 내력이 쓰인 부용정 석비도 볼 수 있다.
부용정 몇 걸음 너머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다.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칠석동 은행나무는 마을 앞의 다산나무이다. 높이는 약 26m, 둘레만도 13m에 이르는 거목이다. 죽령산 아래의 평야지대가 있는 칠석동은 풍수지리상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한다. 이 소의 고삐를 매어두기 위하여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김문발이 심었다고 한다. 수령이 약 6백 년으로 추정된 이 나무는 할머니 당산으로 마을 앞 들판에 있는데, 뒷산의 할아버지 당산과 함께 해마다 정월대보름날 밤이면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여 마을이 평안하기를 비는 세시풍속인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제가 끝나면 상•하촌으로 나누어 고싸움놀이를 시작하는데, 이때 '고'가 먼저 은행나무 둘레를 돌아야 한다.
연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부용정 주변경관은 호젓하기 이를 데 없다. 향약 시행의 장소로써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기도 했던 아름다운 이름의 정자, 부용정!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떠안아야 했던 가난과 세파를 주민의 단결로 이겨내게 했던 고싸움놀이! 그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은행나무는 60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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