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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대전 읍내동 뒷골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4.

대전광역시 대덕구 읍내동 1370번 길 13-5 뒷골(후곡마을)

 

읍내동은 계족산(鷄足山, 423m) 자락에 자리 잡은 동네다. 한 쌍의 뒷골 돌벅수는 옛 회덕현 관아였던 회덕동주민센터 뒤에 세워져 있다. 이곳은 기찻길로 인해 생긴 7개의 굴다리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으로 벽화마을로도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읍내동 굴다리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돌벅수가 온몸에 황토를 칠하고 세워져 있는 곳이 바로 이 옛 회덕현 관아 뒤에 있는 골짜기 마을이라 해서 ‘뒷골’ 또는 ‘후곡(後硲)’이라고 한다.

이 뒷골에 돌벅수가 들어선 것은 100여 년 전이며 당시 이 동네의 유지였던 백조근씨가 세웠다고 한다. 본래는 300여년의 전통을 가진 나무벅수였으나 큰 홍수로 떠내려가 버리자 지금의 돌벅수로 바꾸었단다. 또 다른 견해로는 나무벅수가 아니라 돌탑이 있었다고 하며 1920년대 큰 홍수로 떠내려가 버리자 돌벅수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읍내동 뒷골의 돌벅수는 높이가 할아버지벅수로 불리는 천하대장군이 145cm이며 할머니로 여겨지는 지하대장군이 72cm로 유난히 차이가 난다. 이것도 성차별적인 현상일까 할아버지벅수는 약간의 웃음기를 띤 표정이어서 전혀 무섭지가 않다. 얼굴부분은 돋을새김을, 이름은 오목새김을 하였다. 할머니는 아예 대놓고 웃고 있다.

거리제인 마을제사는 거리제 전날인 정월 열 나흗날이 되면 벅수의 얼굴을 포함한 몸 전체에 물에 갠 황토를 칠하는데, 이를 ‘옷 입히기’라고 한다. 머리에는 흰 무명베로 모자대신 금줄로 감아 씌어 놓는다. 황토를 칠하는 것은 붉은색의 황토가 잡신과 악귀를 쫓아준다는 믿음 때문이며 벅수나 짐대 주변에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황토로 ‘옷 입히기’를 하는 것은 대전지역의 돌벅수들에게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부안․고창지역의 줄다리기 때 사용한 줄로 짐대를 감싸는 것을 ‘옷 입히기’라고 하는 것과 형식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것이 아닐까?

대전 용운동 돌벅수의 가슴에는 손가방처럼 생긴 ‘오쟁이’ 또는 ‘씨오쟁이’라고 불리는 짚으로 엮은 가방을 메고 있다. 제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넣어 두어 잡신들에게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잡신들에게도 배려를 하고 있는 점은 벼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고수레’와도 내용적으로 닮아있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대전지역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독특하고 바람직한 문화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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