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33-3 외
남원 실상사 돌벅수(南原 實相寺 石長栍, 국가민속문화재 제15호)
남원 실상사에는 규모 있는 돌벅수 (南原 實相寺 石長栍, 국가민속문화재 제15호)가 있다. 실상사는 지리산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천년 묵은 절집이지만 들판 한가운데 들어앉은 평지가람이다. 하대신라의 전형적인 가람구조인 2탑 1금당을 중심으로 전각들이 오목조목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절집은 만수천을 끼고 동쪽으로 천왕봉과 바라보면서 남쪽에는 반야봉, 서쪽은 심원과 달궁, 북쪽은 수청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꽤 규모를 갖춘 절집이다.
하대신라 말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산문이 열린 곳이어서 개산조인 홍척과 그 제자인 수철의 승탑이 섬세한 새김솜씨를 보여준다. 또 신라전형삼층석탑은 세울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화려한 상륜부를 볼 수 있는데, 그 속에는 소박함과 가녀린 아름다움도 함께 담겨 있다.
실상사의 돌벅수는 모두 크기가 크고 분위기가 엄숙하다. 본래 4기가 있었으나 해탈교를 건너기 전에 있던 한 쌍 중 1기는 1963년 홍수로 떠내려 가버렸다. 남겨진 옹호금사축귀장군(擁護金沙逐鬼將軍)으로 미루어 보아 키가 3m 정도 될 것으로 짐작되는 돌벅수가 계곡을 거칠게 휩쓸고 내려오는 흙탕물에 졸지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외롭게 남겨진 옹호금사축귀장군은 거구이고 우리나라 돌벅수 중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몸통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마모된 이름이 오목새김되어 있다. 수염은 머리 땋듯이 땋아 왼쪽으로 구부렸고 왕방울 눈에 커다란 주먹코가 힘을 느끼게 한다. 벙거지를 쓰고 있고 송곳니가 “나 무섭지”하며 제법 길게 드러나 있어 불회사의 벅수를 생각나게 하지만 해학적인 분위기보다는 엄숙함의 느낌이 강하다.
해탈교를 건너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바로 여기 실상사 쪽으로 향한 길목에 돌벅수 한 쌍이 길 양쪽에서 마주 보고 있다. 주변에는 근래에 세운 나무벅수들이 다양한 모습과 이름을 가지고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실상사 들머리 왼쪽에 있는 돌벅수는 대장군(大將軍)이라 오목새김하고 오른쪽 것은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라 새겼다. 17∼18세기경에 세워진 절집지킴이의 대부분이 한쪽이 상원주장군이면 한쪽은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으로 하게 마련이지만 여기는 대장군이어서 짝이 잘 맞지 않는다. 다만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싶다.
돌벅수는 대부분 왕방울 눈에 주먹코지만 상원주장군의 코는 유난히 커서 위엄과 힘이 넘친다. 역시 송곳니 두 개가 솟아 아래로 뻗어 있으며 수염은 오른쪽 가슴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대장군은 조금 수준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상원주장군과 비슷한 얼굴표현을 하였고 수염이 왼쪽 가슴으로 내려와 있다. 세 벅수 모두 제주도 돌하르방과 비슷한 벙거지를 쓰고 있다. 상원주장군의 뒷면과 대장군의 기단부에 1725년과 1731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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