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석탑의 나라’라고 한다. 같은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인 중국에는 전탑이, 일본에는 목탑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 반하여 유난히 석탑이 많은 탓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석탑만도 2005년 4월 현재 462기에 이를 정도이니 과연 석탑의 나라라 불러도 될만하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석탑은 맨 처음 백제 땅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탑은 불교의 중요한 예배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심이 되는 신앙물이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깨달음의 빛을 향한 갈구로 표현된 우리네 석탑들은 거의 화강암을 다듬어 조성하였다. 사실 우리나라엔 석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석조조형물 자체가 많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석탑 이외에도 고인돌을 비롯하여 부도(浮屠), 석불(石佛), 석등(石燈), 석비(石碑), 석수(石獸), 석교(石橋), 석빙고(石氷庫), 돌벅수, 돌짐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석조조형물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석조조형물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한반도 땅에는 중생대 쥐라기 초기부터 백악기 초기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 결과로 대규모의 화강암대가 출현하게 된다. 한반도 남부에 형성된 대보화강암(大寶花崗岩) 대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돌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뿐만 아니라 질 또한 매우 우수했던 탓에 조형물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석조조형기술의 발달로 이어지고 불교국가가 많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돌로 탑을 조성하는 결과를 빚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화강암은 매우 좋은 석질을 지녔다. 잘 다듬으면 회백색으로 반짝이는 매끈한 질감을 연출할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오래가는 성질은 거의 반영구적인 조형물을 생산해 낼 수 있게 한다.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아름다우며 결이 없어 돌 다듬기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니 이보다 좋은 재료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왜 목탑에서 석탑으로 바꾸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탑이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곳이며 영원불멸의 신앙대상물이므로 불에 타기 쉽고 오래가지 못하는 약점을 지닌 목탑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석탑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목탑은 건축과정이 복잡한 편이고 불교교리에 꼭 어떤 재료를 사용하도록 한 것도 아니어서 목탑의 약점을 보완한 석탑이 등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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