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모산 당산
전라도지역에서는 솟대를 ‘짐대’, 또는 ‘진대’라고 부른다. 긴대라는 말에서 변한 것이다. 지형이 배의 모양을 닮은 돌모산 마을의 중심을 잡는 돛대가 되는 곳에 자리 잡은 당산으로 지금도 매년 음력 정월 보름이면 당제를 지낸다. 물론 마을의 안녕과 평안, 그리고 풍족한 생산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짐대는 높이 2.5m 정도 되는 돌기둥을 세우고 꼭대기에 북서쪽을 향하여 돌오리를 올려놓았다. 근래에 태풍으로 중간 부분이 잘라져 시멘트로 붙여 놓았는데, 다행히 줄다리기를 한 줄로 옷을 입혀 놓아 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이 돌짐대당산은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십여 년 전 돌모산당산제를 참관한 적이 있다. 눈이 제법 내리던 날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당제에 참여하는 한편, 촬영도 했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 보름이면 당제(堂祭)를 지낸다. 그날은 마을 사람들이 편을 나누어 줄다리기를 하는데, 아침부터 줄을 만들기 시작한다. 남성은 비탈길 위쪽에서 여성은 비탈길 아래쪽에서 줄을 잡는다. 여성 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속설 때문에 아이들은 모두 여성 쪽을 거든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다리기에 사용한 동아줄을 어깨에 메고 농악대를 앞세워 마을을 돌면서 잡귀를 몰아낸다. 그런 뒤에 짐대에 옷을 입히는 의식을 진행한다.
줄다리기에 사용한 굵은 동아줄을 짐대 아래 부분에서부터 차곡차곡 왼쪽으로 감아올린 다음, 음식을 차려 제를 지낸다. 돌모산 당산제는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도 참여할 뿐만 아니라 추렴을 하여 경비를 지원한다. 그날도 관광버스 한 대가 타지에 나가있는 이 마을 사람들을 싣고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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