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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군위 한밤마을 돌짐대

by 햇살과 뜨락 2023. 5. 13.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한밤마을)

 

  한밤마을은 담쟁이 돌담길이 아름다운 전통마을로 유명하다. 약간 훼손되기는 했으나 조선후기 실용적인 면을 잘 살려내고 독특한 건물 배치를 보여주는 남천고택을 비롯하여 꽤 많은 전통한옥도 볼만하다. 팔공산 북쪽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경치가 수려하며 마을의 집들이 모두 북향인 것도 나름의 지형을 활용한 것으로 한밤마을만의 독특함이다. 또한 대율리 대청 등 여가공간이 담쟁이넝쿨로 옷을 입은 돌담과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마을길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면 산수유와 매화가 다투어 피어나고 가을이면 돌담길의 이끼와 울긋불긋 물든 담쟁이넝쿨이 어울려 계절을 채색한다. 우연히 눈 오는 저녁 무렵 파리한 얼굴로 변한 한밤마을의 정경에 소박하면서도 깊숙하게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는 곳이다.

   한밤마을 들머리에는 수형이 멋들어진 적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 안에 화강암을 깍아 네모난 기둥처럼 만든 짐대가 세워져 있다. 이 짐대에는 기둥에 진동단(鎭洞壇)이란 이름이 오목새김되어 있다. 풍수지리 상 마을의 모양이 배 모양이어서 배의 돛대 구실로 세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비신대라 부르기도 하는 이 짐대는 원래 나무로 3년마다 새로 만들어 세웠으나 관리가 힘들어 1963년에 지금의 돌짐대로 바꾸었다. 꼭대기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왠지 어설퍼보이는 오리 한 마리가 모셔져 있다.

  소나무 숲은 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구실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풍수지리에 의거하여 마을 앞으로 빠져나가는 물머리는 동네에서 안 보여야 하는 것이 길하다 하여 소나무숲을 만들고 물머리를 차단하였다. 진동단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풍수지리적인 비보짐대인 것이다. 매년 음력 정월 초닷새날 마을제사를 지낸다.

  한밤마을은 신라시대인 950년경 홍관이라는 선비가 이 마을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며 대부분의 집들이 초가로 되어 있었으나 1970년대에 슬레이트지붕으로 개량하였다가 기와를 올렸다. 마을의 돌담은 1930년 대홍수로 떠내려 온 돌들을 이용했다고 전해지며 막돌허튼층 쌓기로 아래쪽이 넓고 위쪽이 점차 좁아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은 마을이 생기면서 집터를 닦을 때 파낸 돌을 처리하기 위해서 땅의 경계를 쌓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