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
대성리 의신 당산제(大成里 義新 堂山祭)
벅수가 재미있다. 마을 들머리 짐대 당산 곁에 각각 의, 신이라는 이름자를 가진 한 쌍의 벅수가 통쾌하게 웃고 있다. 근래에 취미로 목각을 하는 마을사람이 새긴 것이라 한다. 새김솜씨가 뛰어나다. 그래선지 짐대 위의 오리도 예전에 비해 훨씬 멋있어졌다. 예술가의 솜씨는 넘치지만 않으면 생각을 직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는구나 싶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에서 하동 쪽으로 남쪽바다를 향해 가면 가수 조영남의 ‘화개장터’란 노래로 유명한 장터를 만난다. 본래는 오일장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상설시장처럼 되어버려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곳이 되었다. 이 계곡의 지리산 정기를 품은 물줄기가 화개천을 따라 흘러 섬진강 하류와 만나는 곳도 여기다. 이 의신계곡에 최치원의 사산비명으로 유명한 쌍계사와 온돌로 유명한 가야국 허황후의 왕자들이 깨우침을 얻은 칠불사가 있다. 한 번쯤 들러 볼만한 절집이다.
이 계곡의 도로 끄트머리, 차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의신마을이 있다. 매년 음력 정월 초하룻날 의신마을에 있는 뒷당산의 당산나무에서 열리던 '대성리 의신 당산제'는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위하여 마을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였다. 뒷당산이라 일컫는 나무가 근래에 죽고 현재는 마을 들머리의 앞당산이라 하던 참나무 한 그루가 당산신의 구실을 하며 바로 곁에 돛대라고도 부르는 짐대를 모셨다. 특이하게 남부지방에서 보기 힘든 세 마리 오리를 장대에 올려놓았는데, 굳이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3의 수가 행운의 수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땅 모양이 학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며 배를 닮은 터여서 중심을 잡기 위해 돛대 구실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셨다고 한다. 더구나 화재가 자주 발생하여 화재예방에도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기도 했으며 가뭄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보기도 했다. 지금도 간소화하기는 했지만 마을제사는 꾸준히 행해지고 있다.
깊은 지리산 산줄기에 둘러싸여져 있는 의신마을은 본래 화전을 일구어 생긴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지리산역사관과 일제강점기 때 항일투사들의 무명의병총(無名義兵塜)이 있어 역사를 안은 마을로 발전하였다. 더불어 한국전쟁 때에는 빨치산과 토벌대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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