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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바람의 손짓, 고창 오거리 짐대당산(중앙 당산)

by 햇살과 뜨락 2023. 5. 12.

(중앙당산)

  중거리에서 고창천 쪽으로 중앙당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시장 골목길에 숨겨져 있었던 중앙동 할아버지당산은 반룡교를 건너기 직전, 중거리 당산로와 천변남로가 만나는 지점의 넓은 공터로 옮겨졌다. 당산제 때 줄다리기를 한 줄로 옷을 입은 채 늠름함을 과시한다. 위로 갈수록 조금 좁아지는 사각기둥은 모서리가 약간 다듬어져 있고 윗부분은 둥근기둥이며 둥근 테의 삿갓을 썼다. 미륵당산, 중리당산, 석주당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당산은 중거리와 하거리보다 한 달 먼저 세워졌다. 높이는 382cm이다. 중앙당산도 한 가족이 모여 있는 당산인데, 정동방향으로 70m 남짓 떨어진 고창교 부근에 있는 팽나무가 할머니당산이다. 금줄이 매어져 있어 금방 찾는다. 하지만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오래 살필 여유를 잃어 아쉽다. 한편 아들과 며느리 역시 나무였는데, 1950년대 말 매일시장이 생기고 소방서가 들어오면서 잘라버렸다고 한다.

  할머니당산에서 반룡교 부근 천변의 조양회관까지를 당숲거리라 불렀지만 제방이 쌓이고 길이 나면서 숲은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서쪽 면에 오목새김된 명문에는 건립 날짜와 화주들의 이름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명문은 다음과 같다. 가경8년 계해윤이월초십일, 화주 노귀연 김성택 차도욱 차도평 신광득, 주 김양봉 이명득(嘉慶八年 癸亥閏二月初十日, 化主 魯貴連 金聖澤 車道旭 車道平 申光得, 施主 金陽鳳 李明得). 한편 중앙동 할아버지당산은 미륵과 닮은 모습이라 하여 미륵당산이라고도 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고난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미륵신앙과 연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