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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마을을 지키는 민초들의 자화상(서봉리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5.

   가곡리에서 옥과읍에 이르러 13번 국도를 타고 곡성 입면으로 향한다. 창정리에서 오른쪽 꺾어져 840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곧 입면소재지에 이르고 이어 금호타이어 공장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봉황을 길들인다는 뜻의 서봉리가 나오는데, 서봉리(棲鳳里) 돌벅수는 탑동이라 불리는 서봉리 2구 입구에 서있다. 서봉리란 이름은 봉황을 길들인다는 의미인데, 본래 마을 뒤쪽의 대나무밭에 봉이 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으나 근래 들어 고친 것이라 한다.

   마을 앞에는 당산이 조성되어 마을을 살짝 감추고 있는데, 여기에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절터에서 가져다 놓은 탑이 세워져 있어 마을의 별칭이 탑동이다. 탑은 한 번 도난당해 절집의 탑과는 아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서봉리 돌벅수는 당산 옆 마을 입구에서 남북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역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할아버지 벅수는 얼굴 부분이 구부려진 자연석에 눈, 코, 입만을 오목새김으로 엉성하게 새겨 놓았으며 120cm 정도의 키에 몸 부분에는 남방대장군이란 명문이 새겨져 있다. 할머니 벅수 역시 할아버지와 같으나 곧게 서있어 조금 크게 보이며 북방대방군이라 새겨져 있다. 사고를 당했는지 시멘트로 붙여놓은 흔적이 있다. 금줄이 묶여 있는 걸로 보아 지금도 당산제를 지내나 보다. 

   남원군 대강면을 향해 840번 지방도를 달린다. 길 왼쪽으로 섬진강을 두고 오른쪽으로 동악산(動樂山, 737m)을 바라보며 대강면소재지로 향한다. 서봉리를 나서서 얼마가지 않아 섬진강이 휘돌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곳에 닿는다. 거기에 함허정(涵虛亭, 유형문화재 제160호)과 군지촌정사(君池村精舍, 중요민속자료 제155호)가 있어 발길을 멈춘다. 대강면소재지에서 745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순창읍으로 향한다. 순창읍에는 2기의 돌벅수가 남겨져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본래의 자리에서 옮겨진 데다 역할마저도 잃어버렸지만, 예전엔 순창읍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독특한 모양새를 가진 돌벅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