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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림기행

요월정원림(邀月亭園林)

by 햇살과 뜨락 2023. 6. 30.

5. 요월정원림(邀月亭園林)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황룡리

  요월정은  황룡강 북서쪽 언덕 위에 강쪽으로 남동향하여 세워져 있다. 요월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올리고  2개의 방과 마루로 되어 있다. 이 같은 평면구조로 보아 정이라기 보다는 당에 가까운 건물이다.  요월정은 1925년에 중건되었다. 강건너 옥녀봉(玉女峰)을 바라보고 아래로는  황룡강이 흐르는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여름이면 주변의 오래묵은 소나무 숲 사이로 6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배롱나무가 붉게 피어나 화려함을 연출한다. 100년생 정도로 짐작되는  배롱나무와 오래 묵은 수형이 멋들어진 소나무들은 요월정 언덕을 황룡강 위에 물들인다.

   요월정 원림은 조선 명종 때 공조좌랑을 지낸 김경우(金景愚. 1517~1559)가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면서 산수와 벗하며 풍류를 즐기기 위하여 황룡강 북서쪽 언덕 위에 조성한 것이다.  본래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던 이곳에 요월정(邀月亭)을 짓고 주위의 숲과 강을 버무려 놓았다. 1550년경의 일이다. 산수자연과 문학, 시와 세상사를 벗하기 위하여 조영한  이곳은 당대의 명사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고봉(高峰)기대승(奇大升), 송천(松川)양응정(梁應鼎) 등이 찾아와 어울렸다.

  후손인 김경찬(金敬燦)이 이 곳의 경치를 찬양하여 '조선 제일의 황룡이다'라고 현판에 새겼더니, 나라에서 불러 "황룡이 조선 제일이면 한양은 어떠하냐"라고 질문을 하자 "천하에 제일입니다"라고 답하여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요월정에 올라서면 옥녀봉이 눈에 뜨이고, 황룡강과 탁 트인 들판이 보인다. 정자 주위를 6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둘러싸고 있으며,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여름이면  더욱 경치가 아름답다.

  요월(邀月)이란 "달을 부른다"는 뜻으로 곧 벗을 부르고, 시(詩)를 청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년~1560년)가 요월정(邀月亭)에 남긴 시(詩)

月色當軒白(월색당헌백)  달빛은 정자에 밝은데   秋光入眼靑(추광입안청)   가을빛이 눈에 푸르네

登臨此夜景(등림차야경)  이 밤 경치 바라보니    一世笑浮萍(일세소부평)   한 세상 부평초 같구나.

 

요월정을 건립하였던 김경우(金景愚)의 9세손인 김경찬(金京燦,1796∼1819)은 요월정을 다시 중건하면서,

 경치가 빼어남을 찬양하여 다음과 같이 요월정 중수운(邀月亭 重修韻)을 지었다.

百日花紅度幾秋 重光重喜且重修    

백일홍꽃 붉어서 몇 가을을 지냈는고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서 집을 고치는도다

朝鮮第一黃龍里 夜月更三白鷺洲    

조선제일 황룡리요 달 밝은 깊은 밤에 백로 노는 물갓이라

好個東山還舊主 超然南國有名樓    

좋은 동산에 옛주인이 돌아오니 남쪽의 유명한 누각이 더욱 뛰어나구나

鳳凰己去臺空在 安得詩仙與共遊    

봉황은 이미 떠나고 집은 비어 있으니 어느 때나 시선을 만나 함께 놀아 볼까.

 

위 글 중 "朝鮮第一黃龍里(조선제일 황룡리)란 대목이 문제가 되어,

왕도(한양)를 능멸했다는 모함을 받아 임금님께 불려가게 되어 "朝鮮第一黃龍里"라 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예"하고 대답하자, "그러면 한양은 어떤고?"하고 다시 묻자 "天下第一입니다."라고 대답하였고,

"그렇다면 중국의 장안은 어떤가?"라고 하니 "萬古의 第一입니다"라고 답하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일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