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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와 짐대

제주 와흘본향당

by 햇살과 뜨락 2023. 5. 17.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1274-1

와흘본향당(와흘本鄕堂, 제주도 민속자료 제9-3호)

 

제주의 마을에는 '본향당'이라 하는 마을의 중심이 되는 신앙처가 있다. 와흘본향당은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마을 들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마을 본향당제(本鄕堂祭)는 대부분의 본향당제가 유교식으로 변해버린 것에 비해 과거 제주마을제의(祭儀)의 모습이 그대로 잘 남아 있어 많은 사람들이 답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향당은 정기적인 당굿을 통하여 공동체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모신 당신은 마을 전체의 안녕을 지켜주고 생업, 산육, 치병 등의 기원을 들어준다. 와흘본향당에서는 하로산또와 서정승 따님아기를 모신다. 하로산또는 본향신이면서 산신이고, 서정승 따님아기는 산육신이면서 치병신이다. 직능이 다른 남녀 신을 함께 모시는 셈이다. 와흘 본향당은 인근 마을의 본향당이 대개 그러하듯이 조천읍의 송당본향당의 한 집안이다. 하로산또가 송당본향당 금벡주의 열한 번째 아들인 것이다. 와흘본향당에서는 음력 정월 14일에 신과세제, 2월 영등제, 7월 14일에 마불림제10월 14일에 시만곡대제라는 굿을 한다. 와흘본향당은 남녀 신을 한 울타리 안에 모시되 제단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마을의 堂祭를 지내는 날이면 마을의 남녀는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와흘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의 모든 일은 본향당신이 주관한다고 믿고 있는데,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일, 그리고 집집마다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고 하루아침에 재물을 잃어 가난해지는 일, 또한 객지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들도 모두 본향당신이 맡아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 1년에 3차례의 굿을 한다.

와흘본향당은 두 그루의 오래 묵은 팽나무가 인상 깊은 곳이었는데, 한 그루가 2014년 고사하고 나머지 한 그루는 2018년 태풍 콩레이에 그만 밑퉁이 부러져 버렸다. 지금은 다시 어린 팽나무를 심어 놓긴 하였으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