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반안리 안수마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진 돌기둥 위에 오리 한 마리가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앉아 있다. 안수마을에 모셔진 한 쌍의 돌짐대 중 할머니 짐대는 ‘쇠전등’이라는 이름을 가진 논 한가운데 기울어진 채로 서있다. 오리가 떨어지면 마을에 큰 재앙 온다고 하여 떨어질까 봐 시멘트로 붙여놓기까지 하면서도 돌기둥을 기울어지게 해놓은 까닭이 있을 텐데… 그걸 속 시원하게 대답해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물론 자료와 기록도 찾지를 못했다. 그러고 보니 부안 대벌마을의 두 마리 오리를 올린 돌짐대도 기둥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같은 문화권이라 그런가?
할머니 짐대는 추수가 끝나면 모를까 논 가운데 있어서 뵙기가 힘들고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보호벽까지 둘러싸고 있어 왠지 쓸쓸하다. 더구나 옛 장터에 있는 할아버지짐대와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더욱 그렇다. 키가 210㎝인 할아버지는 새김도 오리도 없는 돌기둥에 전립 비슷한 모자만 씌어져 있다. 사실 안수마을은 기러기가 깃드는 마을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이름대로라면 오리가 아닌 기러기를 모셨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에는 기러기가 많이 살았던 곳이어서 마을 이름에 기러기 ‘안(雁)’자를 쓰기 때문이다. 오리는 마을 북쪽을 향해 얌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며 앙증맞게 눈 모양을 오목새김해 놓았다.
당산제는 매년 정월 보름에 지낸다. 당산나무는 없고 돌짐대, 즉 짐대할아버지와 짐대할머니가 당산의 역할을 한다. 지금의 마을제사는 영험하다는 짐대할머니에게만 간소하게 지낸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줄을 메고 풍물패를 앞세워 마을을 한바퀴 돌았는데, 이를 ‘사방돌기’라 했다고 한다. 줄다리기도 하고 할머니짐대에 ‘옷입히기’도 했으나 1970년대 새마을사업 이후 없어졌다. 2m가 넘는 할머니짐대에는 오리가 떨어지면 마을에 화가 닥친다고 하는 말이나 부부가 정성껏 제를 지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콜레라(호열자)가 영광군을 휩쓸 때, 당산 할머니의 영험으로 단 한 사람도 희생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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