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강문마을
아름답다! 티 없이 맑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서 있을 때 나름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준다. 서북쪽 경포대와 대관령을 향해 곧 날아오르려는 듯, 강문마을의 세 마리 오리는 날렵한 몸매를 갖추었다. 오리를 올려놓은 이 장대를 마을사람들은 짐대나 솟대라 하지 않고 ‘진또배기’라는 정겨운 사투리를 즐겨 사용한다. 강원도의 짐대들은 소나무로 만든 장대 위에 오리를 세 마리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강문마을의 짐대도 장대 위에 ‘Y’ 자형 나뭇가지로 받침을 갖춘 다음, 세 마리의 오리를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단정하게 앉혀 놓았다.
강원도와 경기도 일원의 짐대에 오리를 세 마리 올려놓은 이유가 무얼까 3수 분화의 세계관을 가진 민족이라서 그럴까 설명이 없으니 궁금하다. 진또배기란 ‘짐대박이’의 강원도 사투리로 솟대를 말하는데, 외상마을’로, 된소리되기로 ‘짐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짐대에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에 무엇이 박혀 있다는 뜻을 가진 접미사 박이가 첨가되고, 이것이 모음동화를 일으켜 짐대백이가 된 후, 다시 된소리 되기로 진또배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진또배기는 어느 날 대관령 또는 함경도 바닷가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마을사람들이 이를 건진 후, 자리를 잡고 모셨다. 그 뒤 정성을 다하여 제를 지냈더니 동네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겨나서 지금까지 계속 모신다고 한다. 강문마을 근처의 안목마을에도 이와 비슷한 진또배기가 있다. 오리의 앉아 있는 방향이 모두 서북쪽 경포호와 대관령 또는 서울을 향하고 있다. 이 짐대는 마을의 삼재를 막아주는 구실을 하며, 잘 모시지 않으면 벼농사가 안 된단다.
강문마을 진또배기의 높이는 약 4.5m이며 장대는 소나무로 만들었다. 나무오리는 세밀한 새김질로 머리, 부리 , 목, 몸통, 다리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게 정교한 새김질을 해놓았다. 짐대 위에 올려진 오리 중에서는 상당히 예쁜 오리다. 진또배기가 원래 서 있던 자리는 현재 자리에서 약 50m 뒤 개천 건너에 있는 남서낭당 앞이었다. 당시에는 그곳이 마을의 들머리였으나 1979년 제방이 없어지고 개천이 생기면서 침수의 위험이 생기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서낭제는 매년 세 번 열린다. ‘서낭’이란 마을 공동체의 오래 묵은 민간신앙으로 신앙대상은 돌무더기, 당산나무, 당집 중 하나이다. 또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돌무더기와 당산나무, 당집과 당산나무, 당집과 짐대의 형태를 취한다. 강문마을의 당산은 당집과 짐대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서낭당은 우리 고유의 민속이 발전했다는 설과 몽골, 중국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정월 보름의 제사는 남서낭이 제의 중심이 된다. 또 음력 4월 보름의 제사는 어민을 위한 제사이며 8월 보름의 제사는 여서낭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3년마다 4월 보름에는 무당 10여 명을 불러 풍어제를 베푼다. 강문마을 진또배기는 우리나라 짐대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노을 붉게 물든 하늘가에 머물러 실루엣으로 보일 때 더욱 그렇다.
'벅수와 짐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소라실마을 벅수제 (1) | 2023.05.16 |
---|---|
대전 법동 돌벅수와 벅수제 (0) | 2023.05.16 |
고창 사내리 독당산 (2) | 2023.05.16 |
부안 우동리 짐대당산 (2) | 2023.05.16 |
정읍 내목마을 짐대당산 (2) | 2023.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