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가수리 상가
제법 고개를 쳐들어야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깊은 산골짝 마을은 아니다. 그러나 산이 많은 지리적 조건과 탄광이라는 경제적 조건 때문에 같은 화순군 내에서도 능주지역과 이곳 동복지역은 미묘한 차이로 서로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가수리는 상가․하가․만수마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름대로라면 ‘물이 아름다운 곳’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은 ‘검은내’가 변해 ‘가무래’로 불리다가 가수리로 변한 것이다. 예전부터 석탄매장량이 많아 탄광을 개발하였으며 그런 영향으로 흘러나온 물이 검은 탓일 수도 있다.
열댓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상가마을 짐대는 마을 들머리 당산에 있는 오래 묵은 당산나무와 함께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산골이라 그런지, 아니면 촛대봉에게 기가 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이곳 짐대는 유난히 키가 커서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한다. 짐대는 매년 2월 초하룻날 하나씩 만들어 세우며 보통 4~5개가 길 양쪽에 나누어 모셔져 있다. 짐대는 주변의 산에서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를 선택하여 베어오며 반드시 육송이어야 하고 짐대를 만들기에 적당한 높이여야 한다. 마을로 가져온 7~9m정도의 소나무는 껍질을 벗기고 잘 다듬어 기둥을 만든. 짐대 위의 오리는 ‘Y’ 자형 나뭇가지 이용하여 몸통을 만들고 ‘ㄱ’ 자형 머리를 몸통 앞부분에 꼽는 방법을 사용한다. 오리의 입에는 대나무를 잘게 썰어 오리가 물고 있는 것처럼 고정시켜 묶어 두는데 ‘지시라기’라고 하는 것으로 오리가 물을 뿜어내는 모양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짐대를 만들어 세울 때는 오리의 머리가 마을 동쪽의 촛대봉을 향하도록 하고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주 간단한 제상을 마련하여 짐대제를 지낸다.
상가마을은 풍수적으로 ‘등잔솔’이라고도 부르는 촛대봉이 화기(火氣)를 머금고 있어 마을에 불이 자주 나기 때문에 화재예방을 목적으로 1800년대부터 매년 세워 왔다. 또 다른 구실로는 ‘밤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 밤새 도망쳤지만, 날이 밝자 짐대 주위만 뱅뱅 돌다 재물은 놔두고 도망쳤다.’는 흔한 이야기가 전한다. 한편 한국전쟁 때 짐대가 불타 버린 후 자주 화재가 발생해서 다시 세워 화재를 막은 적이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는 미신이라고 짐대를 없앴으나 또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다시 매년 짐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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