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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승탑

승탑의 기원

by 햇살과 뜨락 2023. 5. 7.

3. 승탑의 발생

 가. 승탑은 주검을 화장하여 그 유골을 거두는 다비라 하는 불교식 장례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불교가 전래되면서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 4세기경인데,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승탑으로 기록이 확실한 염거화상탑은 9세기 중반인 844년(문성왕 6)에 세워졌으니 상당한 기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불교전래 초기부터 상당기간 동안은 다비가 행해졌다는 기록이 없는 걸로 보아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승탑의 조성도 그 기간에는 없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헌상 나타나는 가장 오래된 승탑은 원광법사(圓光法師 : 555-638)의 승탑으로 「삼국유사 권 4」의 내용에 따르면 627년부터 649년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역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신라 혜숙(惠宿) 스님의 승탑과 백제 혜현(慧顯) 스님의 승탑도 들 수 있다. 불교가 전래된 지 20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부도의 조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또한 현재 남겨져 있는 남북국시대의 팔각원당형 승탑들의 조성시기와도 200여 년간의 공백이 있어, 남국신라 말의 양식이나 조성이유와는 다른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남국신라 말에 들어 상당히 많은 팔각원당형 승탑들이 조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송이의 꽃과 한 번의 미소’에서 비롯되었다는 선종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마하가섭(摩訶迦葉)으로부터 기원한다고 하며 6세기 초 보리달마(菩提達磨)에 의해 중국에 전해졌다. 그 이후 중국의 전통사상과 결합한 선종은 남북으로 분화되었으며 주류를 이룬 남종선(南宗禪)이 또다시 오 가 칠종(五家 七宗)으로 나눠지는데, 이는 주로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의 차이에 의한 것이었다.

신행선사비/진전사터 승탑

우리나라에 선종이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시기인 9세기 초이며 당나라에 건너간 젊은 유학승들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당시 교종 중심의 신라불교에 도전하는 입장을 가지게 되고 그런 까닭으로 신라의 중심지를 벗어난 외곽지역에 자리를 잡고 성장한다. 그것이 9 산선문(九山禪問)이며 각 선문의 제자들은 조사를 숭상하여 그들의 선법과 설법한 내용, 교훈 등을 어록으로 남기고 유구를 원형대로 후세에 전할 필요성이 생겨 승탑과 승탑비를 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 산선문과 함께 등장하는 팔각원당형 승탑은 강원도 양양의 진전사터에 있는 진전사터 승탑에서부터 그 모습을 갖추어 간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그보다 먼저 동국대 박물관에 있는 단속사 신행선사비 편(神行禪師碑片)에 의하면 신라 헌덕왕 5년(813)에 승탑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 남아 있지 않으므로 그 모습을 살필 수는 없다. 진전사터 승탑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문이며 전남 장흥의 보림사를 중심으로 발전한 가지산문의 초조(初祖)인 도의선사(道義禪師)의 부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염거화상의 스승이니 기록에 의해 가장 오래된 승탑으로 되어 있는 염거화상탑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모습도 석탑의 기단과 비슷한 네모난 기단 위에 팔각의 몸돌을 올려놓은 것이어서 팔각원당형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조건에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팔각원당형 승탑은 신라 문성왕 6년(844)에 세워진 염거화상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의 경우 승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7세기 경이다. 석조의 경우도 있으나 벽돌이나 모전석으로 만든 전조가 대부분이다. 평면의 구성에 있어서는 4각, 6각, 8각, 원형 등 다양하며 층수도 단층, 3층, 5층 등으로 전형양식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전형양식인 팔각원당형의 석조승탑으로는 9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당사(草堂寺) 구마라집 사리탑(鳩摩羅什 舍利塔) 등 극히 소수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탑과 마찬가지로 승탑 역시 목조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팔각의 평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팔각의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류지(法隆寺) 유메도노(夢殿, 739년 건립)는 쇼오도쿠 태자를 봉안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라 한다. 현재는 본존으로 목조구세관음상(木造救世觀音像)이 모셔져 있는데, 이런 점에서 우리의 승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몽전 / 구마라집 사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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