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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문화재 (동구)

광주약사암(光州藥師庵, 문화재자료 제2호),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 보물 제600호)

by 햇살과 뜨락 2023. 6. 8.

광주약사암(光州藥師庵, 문화재자료 제2호)

광주 동구 증심사길 160번길 89(운림동)

  자연과 따로서지 않고 일점을 더하듯 세워져 어느새 스스로 자연이 된 암자 약사암. 암자는 봉우리를 품고, 봉우리는 암자를 오랜 지기로 마주보는 모습에 보이는 이의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약사암은 이렇듯 서로 다독이며 어울려 살아가라는 부처님 말씀을 말 없이 전해준다. 약사암은 광주광역시 동구 운림동에 위치하고 있다. 지번으로는 도심 속에 있는 듯 보이지만 무등산 속에 숨어있는 별같이 작고 아름다운 암자이다. 증심사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증심사 일주문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증심사로 향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약사암이 나온다. 600미터쯤 올라가노라면 일주문이 날아갈 듯 서 있고, 약사계곡 왼쪽 분지에 그림 같은 새인봉을 바라보며 자리잡은 암자가 보인다. 바로 약사암이다.

  약사암은 신라 말 철감국사 도윤이 증심사를 창건하기 위해 먼저 지은 절로 원래는 인왕사라는 암자였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의 옷깃이 이 암자를 스쳐갔다. 법당에는 신라 하대인 9세기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질병에 빠진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약사불은 중생들에겐 가장 필요한 부처의 모습이다. 8각 연꽃무늬 대좌에 앉으신, 유난히 넓은 무릎의 이 약사불은 천 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중생의 기원을 들었을까?

  두툼한 입술, 보일 듯 말듯한 미소, 중생을 향한 지극한 연민과 무명이 못내 안타까워 애타시는 마음의 바다가 보이는 듯하다. 비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라도 봄이면 새로운 새싹이 돋는 법인데 왜 우리는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겨울의 찬바람 속에 서 있을까?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지쳐있는 우리에게 약사불의 미소는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얼굴엔 환한 미소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약사불의 신비로운 치유일지도 모른다. 그 미소의 심연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우리의 얼굴엔 저절로 약사불의 미소까지 새겨지게 된다.

  약사암 경내에는 1980년에 건립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지붕의 대웅전, 정면 6칸, 좌측면 5칸으로 ‘ㄱ’자 모양의 민도리집인 요사채가 있고 대웅전 뒤편으론 팔작지붕의 정면 3칸, 측면 1칸의 운림당이 있다. 달빛이 교교한 달밤은 약사암 풍경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풍경에 마음이 동한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쉬운 일이니만큼 깊은데서 오는 깨달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앞마당의 새인봉은 어제처럼 들어와 있고 그 위로 잘 닦인 놋주발 같은 보름달이 떠있다. 잠시만 바라보고 있어도 세상사 한 줌의 티끌처럼 부질없어 질 것이다. 아무리 미워한 마음도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녹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부처님의 법문이라도 듣고 있노라면 성과 속이 둘이 아니고 사람과 하늘이 따로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약사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눈에 보이는 약만이 치유 하는 약은 아닐 것이다. 번뇌 많은 정신을 가다듬어 갈 길을 되잡아주는 일이 진정한 약사암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번다해 질 때 증심사로 가늘 길을 잡아 조용히 약사암에 오르면, 수많은 풍파를 견디고 천년 세월의 흔적을 안으로 삭혀 안은 약사암이 우리의 아픔쯤이야 넉넉한 품 안에 넣어 다 녹여 줄지 모른다.

 

광주약사암 석조여래좌상(光州藥師庵 石造如來坐像, 보물 제600호)

광주 동구 증심사길 160번길 89(운림동)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으로 보존 상태까지 양호하다. 거친 화강암 석재를 다듬어서 만들었으며, 질병에 빠진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약사불을 형상화한 것이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약간 숙이고 있는 얼굴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모양이다. 체구는 전체적으로 당당하게 표현되었으나 어깨선이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약간 처져 보인다. 허리는 가늘게 표현되어 상대적으로 가슴 쪽의 양감이 풍부해 보인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입은 옷은 가슴 앞에서 한번 접었고 몸에 얇게 밀착되어 상체의 굴곡을 잘 드러내준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올려 손끝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왼손은 배 부분에 대고 있는 모습이다. 하체는 양 발을 무릎 위에 올리고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 앉아 있는데, 무릎이 지나치게 넓어 보인다. 불상이 앉아있는 대좌(臺座)는 전형적인 8각의 연꽃무늬 대좌인데, 각각 한 개의 돌로 상·중·하대를 구성하고 있다. 유난히 넓은 무릎과 형식화된 표현, 대좌와 불상 높이 비례가 1:1인 점 등에서 석굴암 본존불의 특징을 이어받은 신라 말의 불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