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당포마을
깔끔하고 아담한 당산나무와 작고 소박한 돌벅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조그맣고 예쁜 정원! 당포마을 돌벅수는 보는 사람의 감성에 속삭인다. “벅수라 해서 분위기 없이 길가에 험악하게 서 있어야만 한다는 법이 어디 있어!”라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당포마을 사람들은 시멘트 담장과 건물벽사이의 한 평 남짓 될 듯한 자투리땅에 돌벅수 한 쌍을 모시고 화려하지 않은 흔한 꽃들로 소박한 멋을 가꾸었다. 꽃들과 사람의 정성이 서로 어울려 소박하면서도 운치 있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보통의 위력적인 분위기 대신 따뜻하면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은 마음가짐을 갖도록 한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산양읍 삼덕리 원항마을을 지나 산양순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항마을 바로 옆에 작은 선착장 하나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당포마을이다. 통영에는 그만 그만한 벅수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당포마을 돌벅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돌벅수는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마을제사 때만이 아니고 일 년 내내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 쌍의 돌벅수는 할배벅수, 할매벅수라 불리거나 ‘벅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포는 만호진이 설치되어 있었던 곳으로 마을을 감싼 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거의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 당포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곳에 벅수를 모셨다.
할배벅수는 1m가 채 안 되며 무덤의 시묘석인 문인석과 비슷하다. 탕건모양의 관을 썼다. 언뜻 보기에 전체적으로 어눌해 보이나 나름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왕방울 눈은 귀엽기까지 하고 주먹코가 아닌 길쭉하게 솟은 코, 부처님 귀와 같이 크게 돋을새김 한 귀, 3갈래의 수염 등은 할배벅수의 이미지는 동네 훈장과 같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풍긴다.
할매벅수는 역시 아담하며 얼굴은 네모나고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를 하고 있다. 할배벅수에 비해 몸통은 긴 편이지만 너비가 가늘어 연약해 보인다. 할배벅수와 비슷한 얼굴 모습이지만 중간이 부러져 시멘트로 이어 붙였고 마모도 심하다. 마을지킴이로 마을의 재앙과 역병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벅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