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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당포마을 돌벅수

by 햇살과 뜨락 2023. 5. 5.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당포마을

 

깔끔하고 아담한 당산나무와 작고 소박한 돌벅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조그맣고 예쁜 정원! 당포마을 돌벅수는 보는 사람의 감성에 속삭인다. “벅수라 해서 분위기 없이 길가에 험악하게 서 있어야만 한다는 법이 어디 있어!”라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당포마을 사람들은 시멘트 담장과 건물벽사이의 한 평 남짓 될 듯한 자투리땅에 돌벅수 한 쌍을 모시고 화려하지 않은 흔한 꽃들로 소박한 멋을 가꾸었다. 꽃들과 사람의 정성이 서로 어울려 소박하면서도 운치 있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보통의 위력적인 분위기 대신 따뜻하면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은 마음가짐을 갖도록 한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산양읍 삼덕리 원항마을을 지나 산양순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항마을 바로 옆에 작은 선착장 하나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당포마을이다. 통영에는 그만 그만한 벅수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당포마을 돌벅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돌벅수는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마을제사 때만이 아니고 일 년 내내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 쌍의 돌벅수는 할배벅수, 할매벅수라 불리거나 ‘벅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포는 만호진이 설치되어 있었던 곳으로 마을을 감싼 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거의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 당포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곳에 벅수를 모셨다.

할배벅수는 1m가 채 안 되며 무덤의 시묘석인 문인석과 비슷하다. 탕건모양의 관을 썼다. 언뜻 보기에 전체적으로 어눌해 보이나 나름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왕방울 눈은 귀엽기까지 하고 주먹코가 아닌 길쭉하게 솟은 코, 부처님 귀와 같이 크게 돋을새김 한 귀, 3갈래의 수염 등은 할배벅수의 이미지는 동네 훈장과 같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풍긴다.

할매벅수는 역시 아담하며 얼굴은 네모나고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를 하고 있다. 할배벅수에 비해 몸통은 긴 편이지만 너비가 가늘어 연약해 보인다. 할배벅수와 비슷한 얼굴 모습이지만 중간이 부러져 시멘트로 이어 붙였고 마모도 심하다. 마을지킴이로 마을의 재앙과 역병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벅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