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수와 짐대

청주 용정동 이정골 돌미륵

햇살과 뜨락 2023. 5. 11. 13:04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이정골

청주 순치명 석불입상(淸州 順治名 石佛立像, 충북 유형문화재 제150호)

 

  선돌, 미륵, 벅수? 순하디 순하다. 그야말로 순박하기만 한 충청도 양반 같은 돌미륵이다. 기다랗고 네모난 몸통에 왕방울 눈을 하고 이마에 백호를 새겼다. 왕방울 눈에 백호가 새겨졌으나 석불이라기보다는 벅수에 가깝다. 머리 모양은 소발이고 육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관모처럼 보이기도 해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전라도 땅 화순의 벽라리 돌미륵이 떠오른다. 한쪽 눈이 아 비대칭으로 생겨서 윙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순치9년11월 16 일입(順治十一月十六日立)’에 세워졌다고 하면 1652년이니 효종 3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호된 아픔을 견디고 삶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펼쳐 나아가려는 시작점이었다. 이때에 성리학적 사고로는 삶을 정리하지 못하고 절집의 부처가 마을로 내려오고 마을의 벅수가 절집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염병과 액운도 많아지고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그래서 벅수도 아니고 불상도 아닌 애매한 형상을 표현한다. 양반마을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정골 돌미륵도 마찬가지다. 키가 316㎝, 머리높이 70㎝로 ‘청주의 미소’로 불린다. 언뜻 보면 공을 들이거나 신경을 쓰지 않고 단순하게 새김질을 해놓은 것 같으나 잘 살피면 제법 뛰어난 표현력으로 은은한 미소를 얼굴 속에 배어 나오도록 새겼다.